수면제의 부작용 - 생생한 악몽
어릴 적부터 잠드는 것이 힘들었다.
방안에 소리가 나는 시계는 모두 없애야 했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잠에서 깨곤 했다.
잠자리가 바뀌면 한 시간도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아마 잠 때문인 듯하다.
(두 번째 이유는 차멀미)
잠들기 위해 뒤척이는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길어졌다.
하루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이유 없이 떠오르는 잡념들은 밤새 나를 괴롭혔다.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불면증은 점점 심해졌고,
버티고 버티다
결국 5년 전부터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수면제는 나에게 신세계를 선사했다.
수면제를 먹고 한 시간 안에 잠들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선물이자 위로였다.
매일 맛보는 달콤한 죽음이었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던컨왕을 살해한 직후 맥베스가 느끼는 극심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불면의 고통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나더러 다시는 잠들지 못할 것이라고 외치는 듯했소!
멕베스는 잠을 죽였다!
죄 없는 잠,
근심으로 엉클어진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 곱게 짜주는 잠
그날그날의 삶의 죽음,
상처 입은 마음에 바르는 향,
대자연의 주요리, 생명의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인 잠을!
그날그날의 삶의 죽음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멜라토닌과 수면제는 그날그날의 달콤한 삶의 죽음을 선사하는 대신
생생한 악몽을 동반한다.
토끼굴로 떨어진 앨리스처럼
나는 달콤한 깊은 잠 대신
매일 밤 원더랜드를 헤매고 다닌다.
'스틸녹스(졸피뎀)'에서 조금 내성이 덜하다는 조피스타로 바꾸고,
지금은 멜라토닌과 공황장애 치료제인 '리보트릴'을 1년 넘게 복용하고 있다.
(약사인 사촌동생의 말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수면보조제를 찾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편하게 주무시는 그대들은 행복한 줄 아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