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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오프닝: 청춘

<오직 사랑하는 영화만이 살아남는다>

by 폴폴



짝사랑, 오락실, 청사과, 여름, 실패

그리고 열차...

지금 얘기한 단어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네, 맞아요.

여러분이 청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라고 답해주신 것들입니다.

청춘이 시작되는 순간을 찾아보려고

앨범을 넘기다 발견한 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었어요.

오래전 사진을 보는 얼굴은 왜 다

애틋할까요.

눈부신 게 가득 든 상자를 열어본 사람처럼

환해진 얼굴에 시절이 깃든 것도 모르고

순한 표정이 된

우리 그리고 당신.


긴 시간 잠들어 있다가

페이지를 넘기면 쩍, 쩍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오래된 앨범

투명 비닐 안에 납작하게 붙어 있다가

가까이서 보려고 고개를 바싹 대면

비눗방울처럼 부풀어서 우리를

그 안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어린 새순 위에 봄눈이 앉은 것 같은

얼룩무늬

연두색 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나무젓가락을 비비면서 그 앞에 앉아봅니다.

짜장을 잔뜩 묻힌 서로의 입을 보고

웃음이 터져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푸른 봄의 윤기를 테두리처럼 두른

자전거 바퀴와 힘찬 다리가 지나갑니다.

콧노래가

쌓이는 속도로.


<오직 사랑하는 영화만이 살아남는다>

이제 모닥불에 묻어둔 고구마를 꺼내볼까요?


뜨거워요.

조심하세요.



https://youtu.be/XTSfXQDln7I?si=ifNTx_kA3T4y2L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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