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랑하는 영화만이 살아남는다>
짝사랑, 오락실, 청사과, 여름, 실패
그리고 열차...
지금 얘기한 단어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네, 맞아요.
여러분이 청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라고 답해주신 것들입니다.
청춘이 시작되는 순간을 찾아보려고
앨범을 넘기다 발견한 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었어요.
오래전 사진을 보는 얼굴은 왜 다
애틋할까요.
눈부신 게 가득 든 상자를 열어본 사람처럼
환해진 얼굴에 시절이 깃든 것도 모르고
순한 표정이 된
우리 그리고 당신.
긴 시간 잠들어 있다가
페이지를 넘기면 쩍, 쩍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오래된 앨범
투명 비닐 안에 납작하게 붙어 있다가
가까이서 보려고 고개를 바싹 대면
비눗방울처럼 부풀어서 우리를
그 안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어린 새순 위에 봄눈이 앉은 것 같은
얼룩무늬
연두색 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나무젓가락을 비비면서 그 앞에 앉아봅니다.
짜장을 잔뜩 묻힌 서로의 입을 보고
웃음이 터져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푸른 봄의 윤기를 테두리처럼 두른
자전거 바퀴와 힘찬 다리가 지나갑니다.
콧노래가
쌓이는 속도로.
<오직 사랑하는 영화만이 살아남는다>
이제 모닥불에 묻어둔 고구마를 꺼내볼까요?
뜨거워요.
조심하세요.
https://youtu.be/XTSfXQDln7I?si=ifNTx_kA3T4y2L9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