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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mengs Jan 13. 2023

이스라엘 (14) - Haifa 여행 ①

예루살렘 근교 여행

하이파(Haifa)라는 이스라엘 항구 도시가 있다. 북부 이스라엘 최대의 도시로 이스라엘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지중해를 접하고 있다. 또 선지자 엘리야(Elijah)가 활약했었던 갈멜산(Mt.Carmel)이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다른 도시들보다 유대인, 아랍계 기독교인, 무슬림들이 평화롭게 산다는 이곳*으로 우린 12월 말 2박 3일의 여행을 떠났다.



하이파 여행을 간 경위는 이러하다. 연말이 되어 하누카(Hanukkah) 방학을 맞아 여행 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나도 생일이어서 생일 선물로 여행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스라엘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생일 선물은 여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 추억이 아닐까 해서.



여행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숙소 선정. 우린 언제나처럼 에어비앤비(airbnb)로 숙소를 정했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체로 지금까지 수차례 에어비앤비 경험을 해보았을 때 항상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겨울에 가니까 난방도 신경을 썼는데, 오잉? 숙소 대부분이 난방 시설이 없었다. 그 이유를 우린 나중에야 알았다. 이 지방은 같은 이스라엘이라도 날씨가 훨씬 온화해서, 난방이 전혀 필요 없다는 걸.


고심해서 고른 우리의 숙소. 위치도 좋고, 난방도 잘 되지만 조리시설(스토브, 조리도구)는 없다.


하이파(Haifa)에서 가장 유명한 동네는 German Colony다. 크리스마스와 하누카 시즌을 맞아 화려한 조명이 대로변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지는 동네이다. 이 시즌에 하이파를 와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 유명한 바하이 가든(Bahai Garden)도 그 찬란한 조명 시리즈를 따라 걷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이 길의 끝에 바하이 가든(Bahai Garden)이 있다.


참고로 바하이 가든은 이슬람교의 분파인 바하이교 소속의 정원이다. 바하이교**는 19세기 페르시아에서 창시된 시아파 이슬람 종교라고 한다. 첫날엔 도착하자마자 German Colony 근처에 있는 이곳을 들리기로 하였다. 난 기독교인이지만 워낙 하이파에서 유명하다기에.



일정

첫째 날 : 기숙사 출발(11:00 AM) - 예루살렘 Train Station 도착(40분 정도 걸림) - Tel Aviv역 도착 (12:40 PM) - 환승하여 Haifa역 도착(2:10 PM) - 숙소 도착(2:35 PM) - 마트에서 물, 간식 사기(4:00 PM) - 바하이 가든(4:45 PM) - 바하이 가든에서 내려오는 길(German Colony) 구경(5:15 PM) -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 먹으러 걸어가기 (40분) - Shrimp House (해산물 음식점) (7:10~8:00 PM) - 버스 타고 German Colony 구경, 다시 버스 타고 숙소 반대쪽 (펍/디저트 거리) 탐방



먼저 기숙사 나오던 때부터 생각해 보면 참 설레는 출발이었다. 내가 너무 많이 삶아놓은 파스타 면들을 남편이 두 종류의 파스타로 살려줬다. 하나는 까르보나라, 하나는 엔초비 알리올리오. 가기 전날 빨래도 했겠다, 아주 산뜻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선 시각은 11시 정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피타+파스타 / 피타+샐러드 조합 ❤️


예루살렘에서 하이파까지는 버스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서 1시간 반-2시간 정도 기차를 타면 되었다. 기숙사를 나서는데 날은 어찌나 화창한지! 또 버스 타고 가면서부터 CBS(Central Bus Station) 근처 '아이스커피'를 먹을 생각에 들떴다. 이스라엘 '아이스커피'라고 들어보았는가? 이름하여 더위사냥 슬러쉬!! 


커피믹스의 달콤함과 프림향이 섞인 듯한 게 딱 더위사냥+우유 슬러쉬 조합이다.


다른 곳(학교 카페, 이스라엘의 스벅, '아로마')에서도 먹어보았지만 무엇보다 가성비 갑인 곳이 여기, CBS 근처에서 파는 '아이스커피'다. 한국으로 치면 고속터미널 역 상점들에서 파는 건데, 그 아이스커피가 하나에 6 세켈(약 2200원) 정도이다. 다른 곳이 12, 15 세켈이니 현지인들이 항상 여기서 줄을 서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각각 하나씩 기분 좋게 커피를 들고 기차 타는 곳으로 내려갔다. 예루살렘이 높은 고도에 있다 보니 기차 타는 곳까지 내려가는 데에 지하 8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느낌이다. 건대입구역 에스컬레이터를 4-5번을 타야 기차 플랫폼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다. 그래도 여유 있게 갔기에 기차를 타니 딱 출발 10분 전이었다. 아주 좋구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기다리는데 저기 아시아인이 보였다. 웬일이지 싶었는데 우리 교회 동생..! 놀라워하고 반가워하다 나란히 앉아 1시간 정도 갔다. 그 동생은 텔아비브(Tel Aviv)에서 약속이 있어 가던 길. 이렇게 여행에 있어서 중요한 몇 요소가 충족되었다. 즐거운 동행과 우연한 만남.



동생을 보내고 우리도 다음 역에서 내려서 환승 기차를 기다렸다. 이럴 때 남편이 히브리어(이스라엘 공인 언어)를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 기차가 맞나 불안해하지 않고 잘 탈 수 있었다. 기차에 관해서 우리 부부는 악몽이 하나 있다. 몇 달 전 신혼여행 때 6분 차이의 다른 기차(도착역이 같은)를 타서 우리가 샀던 표는 사표가 되고 타던 기차표를 가장 비싼 값으로 끊어서 총 100유로를, 30분 정도 되는 아주 짧은 구간에, 소비해 버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원래 샀던 표는 30유로 정도, 즉석에서 끊은 표는 70유로였다..). 그 이후로 글자 모르는 외국일수록 기차 번호, 아니면 어떤 것이라도 주의 깊게 확인하는 자세가 배였다. 어쨌든 환승도 성공.


텔아비브 환승역. 건너편 풍경.


이 기차를 타면서 가니 드디어 바다가 보였다. 바다여 우리가 간다..! 이런 심정으로 동영상을 찍고 또 찍었나 보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고. 아침을 9시쯤 먹었는데 벌써 1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에 남은 파스타를 싸왔는데 기차 안에서는 먹을 수 없고. 참고로 이스라엘은 실내, 실외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안 쓰기 때문에 냄새나는 음식만 아니면 기차든 버스든 먹어도 상관없는 듯하다. 버스는 모르겠는데 기차는 확실히 먹을 수 있다. 그래서 피타빵을 뜯어먹다가 남편의 달램에 꾹 참기를 반복. 그리고 나서야 항구도시, 하이파에 도착했다. 


저기 보이는 푸른 물이 지중해.



끄는 캐리어 하나와 에코백, 백팩 하나씩을 가져온 우리의 짐은 나름 가벼웠다. 그래서 역부터 German Colony까지 걸어가니 벌써 2시 반. 3시 체크인인데 조금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호스트에게 미리 말했었기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 보니 가격만큼 엄청 좋아 보이던 느낌은 살짝 아니었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며칠 머물기에는 만족이었다. 호스트가 사진을 잘 찍으셨다. 역시 사진과 실물은 같을 수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물이 없어서 근처 꽤 큰 마트를 찾아 바로 나가기로 했다. 식당을 모르겠는데 마트는 별점보다는 리뷰수가 많을수록, 즉 클수록 믿을 만한 것 같다. 프랑스에서 리뷰수는 적지만 평이 좋은 마트를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아랍마트였고, 구멍가게인데 물건이 깨끗하진 않았다. 왠지 댓글 포장을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온 이후로 마트는 무조건 커 보이는 곳을 찾게 된다. 클수록 상품들이 많고, 가격이 합리적이다.


Keshet Teamim 이라는 러시안 마트.


남편은 길도 잘 찾고, 검색도 잘한다. 그런 남편이 찾은 근처 마트는 Keshet Teamim이라는 마트. 처음엔 몰랐으나 들어가 보니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이스라엘의 그것 같지 않고 거의 유럽 국가 느낌이었다. 러시아어가 여기저기 있는 걸 보며 러시안 마트인 줄 알게 되었다. 우리 기숙사 근처 마트보다 훨씬 크고 과일/식품 진열 상태가 말끔했다. 특히 저 사탕/초콜릿 칸들을 보며 하나하나 번역기를 돌려 무엇인지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20-30분을 보면서 고른 최종 아이템은 물, 제로콜라, 젤리와 초콜릿 하나씩.



러시안 마트 앞쪽.

사탕류가 100g 당으로 가격이 붙어있길래 우리는 얼마를 받을지 사뭇 궁금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계산해 주시던 아가씨가 웃으면서 계산 없이 주신 것. 두 개를 합쳐도 너무 가벼워 1 세켈도 안 했나 보다. 공짜로 받으니 갑자기 세상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들고 나온 젤리와 초콜릿.






이제 바하이 가든을 갈 차례였다. 드디어 하이파를 구경해 보는구나..! 숙소는 한 번 들어가면 편해서 나오기 어려웠지만 바하이 가든이 문을 빨리 닫는다길래 4시 30분쯤 나왔다. 숙소 설명으로는 바하이 가든 바로 앞에 숙소가 있다 했는데 왜 내 눈엔 바하이 가든이 안 보이지? 이러면서 오르막길을 걸어가는데 어둑어둑해지니 낮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이스라엘은 해 지는 시간이 4시 40분쯤이다 보니 우리가 걸어가는 도중에 가로등이 켜지는데 어찌나 예쁜지..! 이스라엘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데에 놀라워하며 German Colony의 크리스마스를 누렸다. 이스라엘에 5년 이상 산 남편도 크리스마스 근처에 하이파를 방문한 건 처음인지라 신기해했다. 예루살렘의 누런 돌들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이런 풍경은 참 즐거웠다.


더 어둑해졌을 때, 길 건너며 찍은 바하이 가든과 크리스마스 거리 장식들.


그렇게 10분 이상을 걸어가니 길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바하이 가든. 딱 봐도 정갈하게 잘 꾸며진 정원이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무수히 지나 도달한 이슬람 정원이라니. 여러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이스라엘 도시였다. 정원 자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곳은 아니었다. 위에 다른 정원이 있는데 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막혀 있어서 조금만 올라가도 가장 높은 스팟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찍은 하늘은 저녁 어스름이 깃들 무렵이라 모호한 파스텔 베일을 내린 느낌이었다.


바하이 가든



그렇게 좀 있다가 내려가기. 지상에 있는 분수도 참 예뻐서 거기서도 사진을 찍고, 여유롭게 나가니 이 정원에선 20분 정도 있었던 듯했다. 그런데 나가면서 'closed'를 몸소 말하며 들어오려는 사람을 막는 관리인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조금만 늦었어도 오늘 못 보는 거였구나, 싶어서 안도했다.



내려오는 길은 대로변 양쪽이 모두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한 레스토랑들이었다. 사실 보이는 게 전부인 German Colony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볼거리는 바로 아래의 크리스마스 트리. 이렇게 오늘의 볼거리를 다 보고 이젠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바로 저녁. 남편이 고대하던 Shrimp House (해산물 음식점)를 드디어 가게 되었다. 숙소부터 음식점까지는 버스로 10분 만에 갈 수 있으나, 평소 40-50분 정도 산책하던 가락이 있으니 그냥 걸어가자는 내 지론에 남편이 동의해 줬다. 그렇게 출발.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트리, 유대교의 하누카 촛대(하누키야), 이슬람의 상징. 세 가지가 German Colony 내에 있다.





가는 길이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평소엔 집 근처를 돌았는데 이번엔 미지의 장소로 나아가서였을까. 아니면 길이 어둡고, 인도가 중간에 끊겨서였을까. 가는 길은 40분이었지만 마치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운명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길은 양호한 편이었다. 중간에 차도만 나와서 당황..


하나님께 감사하며 음식점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는 7시 무렵이었다. 딱 저녁 먹을 시간이라 다행이었지만 가는 길에 마음 졸이며 왔던 걸 생각하면 다시는 걸어가지 않을 길이었다. 들어와서 내부를 보니 사람들도 꽤 있고 깔끔했다. 나중에 보니 밑반찬도 (일반 식당과는 다르게) 풍성히 나오고, 리필도 잘해주었다. 처음엔 왜 이리 주문을 안 받나 싶어서 서비스를 오해할 뻔했으나 끝까지 있고 보니 좋은 곳이었다. 특히 메인이 훌륭했다. 내가 시킨 요리는 매운 토마토소스에 칼라마리(calamari; 오징어링)와 새우가 들어간 것이었고, 남편은 같은 내용물을 튀긴 요리였다. 먹기 전엔 토마토니까 예상 가능한 맛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빨간 소스가 적당히 매우면서 칼칼한, 아주 중독성 있는 아라비아따(arabiata) 소스였다. 그리고 의외로 매력적이었던 튀김..! 사실 난 튀김을 싫어하는데도(치킨도 안 좋아한다), 남편이 권하길래 먹어봤더니 정말 바삭하고 맛있었다. 특히 레몬즙이 튀김과 찰떡이었다. 튀김은 빵가루보다 더 고운 가루로 한 것 같은데 느끼하지 않고 식감과 맛 둘 다 좋았다. 또 새우는 어찌나 오동통한지. 음식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만족스런 식사였다. 사실 많아서 남은 건 싸왔다. 이렇게 여행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채웠다. 맛있는 식사.

calamari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오징어링을 많이 준다. 양쪽 음식 모두 정말 맛있었다.



잘 먹고 나와서 이젠 산책할 시간. 1번 버스를 타고 다시 German Colony로 돌아와서 집에 짐을 내린 뒤 다시 버스를 탔다. 이스라엘은 전국 어디서든, 어느 대중교통을 타든 1시간 30분 내에 타는 건 처음 낸 교통비로 다 커버가 된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숙소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거리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숙소까지 걸어온 것 같다.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밤 산책. 낯선 곳이지만 현지어를 하는 남편과 함께라니, 어딜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펍도 지나도, 남편이 저장해 논 음식점들도 지나서 들어온 어느 디저트 가게(Cremerie De L'eclair). 밝고, 넓고, 디자인도 훌륭했다. 보통 이런 곳은 디저트 하나에 30 세켈(약 11000원)은 넘는다. 그래도 구경하려고 진입.


하나같이 예쁘고 알록달록한 디저트들.


난 디저트를 먹는 것보단 보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어서인지 구경만 하고 나왔다. 누군가를 대접할 때 올 것 같은 디저트 샵이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구경하고 오니 벌써 10시. 그러고 netflix를 보다가 잔 것 같다. 좋아하는 것만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이번 하이파 여행, 첫날은 합격.




*출처 : 나무위키, 위키백과

**출처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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