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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Sep 29. 2015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집안일> 하기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28

집안일을 18개월 아이와 함께?


아이와 내가 둘 다 행복한 일들을 해보기로 했다. 일명 <둘다 리스트>. 10개의 리스트 중 가장 최근에 합류한 한 줄은 '집안일 하기'다. 요즘 부쩍 아이와 함께 살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가 어느 하나 예상했던 대로 된 게 있냐마는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녕 몰랐다. 



아이에겐 집안일도 놀이

아주 재밌는 놀이


사실 처음 내게 주어졌던 미션은 '딸 몰래 살림하기'였다. 부엌에서 음식을 하든 마당에서 빨래를 널든 엄마의 딴짓을 눈치챈 딸은 득달같이 달려들곤 했다. 작은 몸으로 정말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엄마를 사수하고야 말겠다는 결심 하나로 나를 제지했다. 그 짧은 팔다리로 내 다리를 감싸안았다.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집안일은 딸이 잠든 다음에야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가 날 따라하기 시작했다. 집안일도 그 중 하나였다. 어느 날 눈떠보니 부엌일, 빨래, 청소까지. 딸은 올라운드 집안일-플레이어가 되어 있었다. 



고구마 칩 옮겨 담기

난이도 ★    소요 시간 30분


가족 모두가 고구마를 좋아한다. 시장에서 고구마를 왕창 사 와서 썰어두곤 한다. 다듬어 놓은 고구마를 빈 봉지와 함께 아이 앞에 놓으면, 봉지에 담고 다시 도마에 늘어놓길 반복한다. 30분은 거뜬하다. 도마 위에 고구마 조각을 늘어놓는 아이의 눈빛이 너무 진지해서 당혹스러울 정도. 





바닥 청소

난이도     소요 시간 15분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하면 딸은 정말 빛의 속도로 달려든다. 그리고는 기어이 빼앗아 든다. 앞뒤로 청소기를 미는 자세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리얼하다. 한 1년만 더 키워서 정말 맡겨볼 참이다. 가끔 '너무 조용한데?' 싶어질 즈음은 딸은 미니 빗자루와 쓰레바퀴를 들고 나타난다. 그리곤 정말 열심히 부엌 바닥을 쓴다. 





빨랫바구니 옮기기

난이도 ★    소요 시간 3분 (10회 가량 반복 가능)


딸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살림 놀이는 빨랫바구니 옮겨주기. 마당에 빨래를 널고 아이에게 바구니를 다시 세탁기 앞에 놓아 달라 부탁한다. 딸은 아주 기꺼이 그 부탁을 들어준다. 혹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10회 정도 반복 가능하다. 




아이는 엄마의 집안일을

즐겁게 만들었다.


사실 육아와 병행해야 하는 집안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애 키우랴 살림하랴 직장 생활 할 때보다 훨씬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해도해도 끝이 없고 티도 안 나는 탓에 '살림 권태기'가 왔던 것도 같다. 고구마 조각을 옮겨 담는 아이의 고사리 손을 보며, 빨랫바구니 옮기며 삐질삐질 흘리는 땀을 보며, 청소기 미는 진지한 눈빛을 보며 집안일이 참 재밌게 느껴졌다. 


사실- 아이와 함께 라면 세상에 즐겁지 않을 일이 뭐가 있을까. 



자,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집안일 하기"

<둘다 리스트> 일곱 번째 미션 성공 :)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1. “미안해 그리고 미안해” feat. 엉망 엄마

#2. 그래, 엄마에겐 ‘곤조’가 있어야 한다.

#3. 엄마는 희생해야만 하는걸까?

#4. 육아에도 기획이 필요하다.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

#6.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육아 <둘다 리스트 10가지>

#7. 육아에 훈수를 금합니다.

#8. 육아우울증 극복을 위한 Tip 5가지

#9. 워킹맘의 육아휴직 손익계산서

#10. 딸. '잘' 살 필요없어.

#11. 딸. 엄마를 필요로 해줘서 고마워.

#12. 딸. 엄마랑 사진찍자, 100장 찍자.

#13. 딸. 엄마랑 커플룩입어볼까?

#14. 딸. 엄마가 우리 딸 맘을 몰랐네.

#15. 딸. 아빠는 도와주는 게 아냐.

#16. 딸. 맘충이라고 들어봤니.

#17. 딸.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이라면 말야.

#18. 딸. 문제는 전업맘일까?

#19.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아지트> 만들기

#20. 딸.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건 아냐.

#21.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친구> 사귀기

#22.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커플룩> 입기

#23. 딸. 엄마가 바라는 추석은 말야.

#24. 딸. 외동이면 외로울까?

#25.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춤>추기

#26.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여행> 떠나기

#27.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책> 읽기

#28.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집안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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