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Proejct (336/365)
다시 쓰기 002: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를 다시 쓴 철학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다시 쓰기 003: 평면이란 무엇인가 를 다시 쓴 상상하는 죄표계
다시 쓰기 004: 어른, 이어폰 그리고 찻잔 을 다시 쓴 각자의 테이블에서 모두의 테이블로
다시 스기 005: 의사결정을 위한 가이드 를 다시 씀
의사결정. 우리는 매일 결정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점심 메뉴부터 채용과 제품 기능 추가까지. 하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이 글은 다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의사결정은 정말 '선택'인가? 아닙니다. 의사결정은 감수(甘受)입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방향을 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선택은 옵션 중 하나를 고르는 행위입니다. 감수는 그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이 글은 의사결정을 '감수'의 관점에서 재정의합니다. 그것이 조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감수를 가능하게 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밝힙니다.
감수는 무지(無知)에서 시작합니다. 만약 정답을 안다면 우리는 그것을 '결정'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실행'이라 부를 것입니다. 의사결정의 본질은 불확실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모든 결정은 가설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러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는 추론입니다. 오늘 비 예보가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잡혀있을 때 우리는 우산을 챙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보가 틀리면 우산은 짐이 됩니다. 하지만 비를 맞아 옷과 기분을 망치는 실패 비용을 감안하면 비가 오지 않더라도 우산을 챙기는 것이 우월 전략일 수 있습니다.
가설은 틀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상입니다. 감수한다는 것은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정하는 행위입니다.
감수는 개인의 용기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조직이 반복해서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성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의사결정 이후에는 실행이 뒤따릅니다. 실행의 주체가 될 사람들이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결정에 힘이 실리고 책임감이 생깁니다. 감수는 고립된 영웅의 행위가 아닙니다. 불확실성의 무게를 나누고 함께 결과를 받아들일 때 조직은 지속 가능하게 감수할 수 있습니다.
가설은 틀릴 수 있기에 결정 자체보다 수정 능력이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의 핵심은 반복입니다. 가설을 설정하고 실행하고 실패 시 재조정합니다. 실패는 예외가 아니라 학습의 출발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언제나 옳다'가 아니라 '올바르게 일한다'고 평가받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는 틀렸음을 인지하면 즉시 수정했습니다. 프로세스를 가졌습니다.
학습을 위해서는 실패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팀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숨기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 불확실성을 뚫어내는 결정을 만듭니다. 솔직함을 보장하지 않으면 조직은 틀린 가설을 붙들고 침몰합니다.
제프 베조스는 결정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Type 1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입니다. 브랜드 정체성 변경이나 비즈니스 로직의 근본적 변화처럼 높은 비용과 위험을 동반하는 결정입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Type 2는 되돌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 상세 페이지 구성 변경이나 상품 추천 로직 수정처럼 저비용으로 실행하고 되돌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 빨리 실행하고 실패로부터 배웁니다. 되돌림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감수의 범위를 정하는 전략적 행위입니다.
이제 감수의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감수에는 역설적으로 공존해야 하는 두 가지 태도가 있습니다.
단호함은 What에 대한 확신입니다. 증거가 불충분해도 세상이 비웃어도 "이것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방향을 정하는 힘입니다. 이것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어쩌면 바보 같은 믿음입니다.
데이터로 증명되기 전에 믿는 것. 그것이 비전입니다. 단호함 없이는 방향을 정할 수 없습니다.
담담함은 How에 대한 유연성입니다. "이 방법이 틀렸다"는 증거 앞에서 기꺼이 수정하는 평정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하고 집착 없이 방향을 바꿉니다.
지금 이 결정은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계속 재확인하고 수정해나갈 가설입니다. 담담함 없이는 배울 수 없습니다.
훌륭한 의사결정자는 What에는 미치고 How에는 냉정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꾼다"는 목적에는 미쳤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네"하면 즉시 바꿨습니다. 그가 "올바르게 일한다"고 평가받은 이유는 이 둘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입니다.
실패한 결정의 패턴은 이것이 뒤바뀌는 경우입니다. 목적은 흔들리는데 방법은 고집합니다. "왜 이걸 하지?"라고 물으면서도 "이렇게만 해야 해"라고 우깁니다.
단호함과 담담함. 이 긴장을 견디는 것이 감수입니다.
감수는 결국 책임의 다른 이름입니다.
책임이란 잘된 결과의 보상을 받는 일이 아닙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리더는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틀린 결정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사람입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프로페셔널은 옳음을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하고 틀림 이후의 회복과 개선에 집중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감정의 집합체가 아니라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합니다.
노동(labor)의 어원이 고통에서 왔습니다. 의사결정자가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고통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결정의 무게를 감수하는 사람만이 책임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 태도가 바로 어른의 태도이자 프로페셔널의 윤리입니다.
의사결정은 결국 성장의 과정입니다.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가설을 세우고 협력하며 실패로부터 배우고 그 결과를 감수하는 전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수정하며 더 나은 리더와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결정은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용기와 평정이 공존하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내리고 있는 모든 결정이 그러한 성장의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결정의 순간에는 단호하라. 목적에 대한 바보 같은 믿음을 가져라.
결과의 순간에는 담담하라. 수단에 대한 증거 기반 유연성을 유지하라.
그것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사람의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