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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화에 적용하는 말하기 혁명

365 Proejct (343/365)

by Jamin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23: AI 는 우리를 부유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를 보고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24: 패트릭 윈스턴의 말하는 법 강의를 보고



MIT 패트릭 윈스턴 교수의 'How to Speak'는 발표 강연으로 시작했지만, 그 핵심 원칙은 회의실에서, 커피 테이블에서, 1:1 대화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발표든 대화든,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하나다. 내 생각을 상대의 머릿속에 정확하게 옮기는 것. 지금부터 이 원칙들을 당신의 모든 대화에 적용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시작하기 전에: 말 잘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먼저 이것부터 받아들이자. 소통의 성공은 K (지식) + P (연습) + t (재능)이라는 공식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타고난 재능 't'는 놀랍게도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건 당신이 무엇을 아는지(K),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연습했는지(P)다. "나는 원래 말을 못해"라는 생각은 지금 버리자. 당신에게 필요한 건 몇 가지 원칙과 반복 연습뿐이다.


1단계: 환경과 타이밍을 장악하라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언제 어디서 말하느냐가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오전 11시를 노려라. 중요한 제안을 하거나, 어려운 대화를 나눠야 한다면, 가능한 한 오전 중반을 택하자. 사람들이 가장 활발하게 깨어 있고, 점심 직후의 나른함도 없는 황금 시간대다. "잠깐 시간 있으세요?"라고 물을 때, 점심 직후나 퇴근 직전은 피하자.


밝은 곳에서 이야기하자. 어두운 카페 구석보다는 밝은 회의실이 낫다. 조명이 어두우면 인간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휴식 모드'로 전환된다. 상대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실전 스크립트:

"팀장님, 내일 오전에 10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새로운 제안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가능하면 회의실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사전에 맥락을 던져라. 갑작스러운 대화는 상대를 방어 모드로 만든다. 중요한 이야기라면 하루 전에 "내일 마케팅 전략에 대해 아이디어를 좀 나누고 싶은데, 15분 정도 괜찮을까요?"처럼 예고하자. 상대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집중력을 모을 수 있다.


2단계: 첫 30초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발표든 대화든, 상대는 처음 30초 안에 "이 사람 말을 들을 만한가?"를 판단한다.


농담으로 시작하지 마라. "어, 날씨 좋네요" 같은 어색한 스몰토크나 억지 농담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 특히 중요한 대화라면, 상대는 아직 당신의 의도를 파악하는 중이다. 이 타이밍에 던진 농담은 불안감만 증폭시킨다.


'가치 약속'으로 시작하자. 상대가 이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명확히 하라. 발표의 '권한 부여 약속'을 대화에 적용한 것이다.


실전 스크립트 (회의 시작):

"좋아요, 다들 모였네요. 오늘 이 회의는 30분입니다. 이 30분이 끝나면, 우리는 다음 분기 마케팅 예산을 어디에 집중할지, 그리고 각자 이번 주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실전 스크립트 (상사에게 제안):

"부장님, 지난주 말씀하신 고객 이탈 문제요. 제가 데이터를 좀 파봤는데요, 5분만 시간 주시면 이탈의 가장 큰 원인 하나와, 당장 다음 주부터 테스트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실전 스크립트 (동료와 협업 요청):

"민수야, 잠깐 시간 있어?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게 있는데, 네 의견을 들으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5분만 괜찮아?"


3단계: 상대가 길을 잃지 않게 하는 4가지 기술


좋은 아이디어도 전달이 엉망이면 소용없다. 상대가 당신을 따라올 수 있도록 다음 네 가지를 실천하자.


1. 순환(Cycle): 핵심은 3번 다르게 말하라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놓친다. 핵심 메시지는 최소 3번,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자.


실전 스크립트 (동료와 대화):

"내 생각엔 우선순위가 문제인 것 같아. (1차) 우리가 지금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벌이고 있잖아. 즉, 집중이 안 되는 거지. (2차) 그래서 내 제안은, 이번 주는 A 프로젝트에만 올인하는 거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자는 거야. (3차)"


2. 울타리 치기(Build a Fence): "이게 아니다"를 말하라

무언가를 설명한 직후, 그것이 '아닌' 것을 명확히 말하자. 경계를 그으면 상대는 당신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다.


실전 스크립트 (팀원에게 피드백):

"네가 만든 보고서, 구조는 정말 좋았어. 논리적이고 읽기 편했어. / 근데 내가 말하는 건 구조가 아니라 데이터 해석 부분이야. 여기 3페이지 그래프 있잖아. 이 부분이 조금 더 명확하면 좋겠어."


3. 언어적 구두점(Verbal Punctuation): 표지판을 세워라


대화가 길어지면 상대는 "지금 어디쯤 왔지?"를 잃어버린다. "첫째로...", "이제 중요한 부분인데...", "그래서 결론은..." 같은 표지판을 세우자.


실전 스크립트 (회의):

"지금까지 문제를 정리했고요. 자, 이제 가장 중요한 해결책으로 넘어가 볼게요."
"이게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 이유는 더 중요합니다."


실전 스크립트 (긴 설명 중):

"자, 여기까지가 배경 설명이었고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4. 질문(Question): 상대를 다시 집중시켜라

대화 중간에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잠시 기다려보자. 상대가 생각하게 만들고,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모으는 강력한 기술이다.


실전 스크립트 (회의 중):

"우리는 지금 이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 (3초 정도 침묵) ... 그렇다면,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요? 우리가 다음에 뭘 해야 할까요?"


실전 스크립트 (1:1 대화):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걸 들어보니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진짜로 7초 기다려라)


4단계: 상황에 맞는 소통 방식을 선택하라


칠판, 소품, 슬라이드가 발표의 도구라면, 일상 대화에는 다른 도구가 있다.


1. 화이트보드/종이: 복잡한 건 그려라


말로만 설명하면 복잡한 것을 화이트보드나 종이에 그려가며 설명하자. 쓰는 속도가 상대의 이해 속도와 일치한다. 그리고 같은 것을 보며 대화하면 이해의 간극이 줄어든다.


실전 상황:

"잠깐, 이거 말로 하니까 복잡하네. 종이 좀 줄래? 이렇게 그려볼게. 여기가 우리 현재 프로세스고, 여기서 병목이 생기는 거야."


2. 구체적인 예시/비유: 추상적인 건 구체화하라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할 때는 상대가 알 만한 구체적인 예시나 비유를 사용하자. 발표에서의 '소품'처럼, 이미지를 만들어주면 기억에 남는다.


실전 스크립트:

"우리 지금 시스템이 어떤 상태냐면요,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아요. 차선은 10개인데 부스가 3개밖에 없는 거죠. 차는 계속 들어오는데 빠져나가질 못하니까 정체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건..."


3. 메시지/이메일: 긴 설명은 구조화하라

문자나 메일로 복잡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발표의 '슬라이드 원칙'을 적용하자.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말고, 구조를 명확히 하라.


❌ 나쁜 예 (긴 문단 떡칠):

"팀장님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프로젝트 건인데요 제가 검토해봤는데 일단 기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고요 다만 일정이 좀 타이트해서 리소스 배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좀 되는데 그래도 민수랑 지혜가 도와주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예산 부분도 좀 체크해봐야 할 것 같아서..."


✅ 좋은 예 (구조화):

"팀장님, 지난번 논의한 프로젝트 검토 완료했습니다.
결론: 실행 가능하나 조건 필요

상세:
기술: 구현 가능 (민수 확인 완료)
일정: 타이트함 (2주 연장 or 인력 2명 추가 필요)
예산: 확인 필요 (300만원 추가 예상)

내일 10분 브리핑 가능할까요?"


5단계: 대화를 강렬하게 마무리하라


대화가 끝난 후, 상대의 머릿속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회의 마무리: "질문 있나요?"는 약하다

회의를 "질문 있나요?"로 끝내지 마라. 대신 "결정사항"과 "액션 아이템"을 명확히 정리하고 끝내자.

실전 스크립트:

"자, 그럼 오늘 회의 정리할게요.
우리가 결정한 것:
A 프로젝트를 우선순위 1로 조정
B 프로젝트는 다음 달로 연기
각자 할 일:
민수: 수요일까지 데이터 분석
지혜: 금요일까지 디자인 시안 3개
나: 내일 클라이언트에게 일정 변경 통보
다들 명확하죠?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대화 마무리: "감사합니다"보다 강력한 것들

단순히 "감사합니다"로 끝내지 말고, 상대에게 명확한 '다음 단계'나 '인상'을 남기자.


실전 Closer (상사에게 제안 후):

"부장님, 제 제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상세 플랜 문서로 정리해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최종 결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실전 Closer (동료와 브레인스토밍 후):

"오늘 네 의견 덕분에 내가 놓친 부분을 많이 발견했어. 특히 네가 말한 '고객 여정 지도' 아이디어, 그거 정말 좋았어. 내가 그 부분 더 파서 공유할게."


실전 Closer (어려운 대화 후):

"오늘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 나눠서 고마워. 서로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훨씬 명확해진 것 같아. 우리 다음 주부터 이렇게 해보자."



당신의 다음 대화부터 시작하자


패트릭 윈스턴은 말했다. "당신의 성공은 당신이 가진 지식과 연습량에 달려 있다. 재능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건 발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의에서, 복도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 모든 걸 한 번에 적용하려 하지 마라. 다음 중요한 대화 때 단 하나만 시도해보자.


다음 회의를 "오늘 이 회의가 끝나면, 우리는 ___를 알게 될 겁니다"로 시작해볼까?

핵심 메시지를 3번 다른 방식으로 말해볼까?

복잡한 설명을 종이에 그려가며 해볼까?

회의를 "결정사항 3개, 액션 아이템 3개"로 끝내볼까?


작은 실험이라도 좋다. 한 가지만 바꿔도 상대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기억하자. 당신은 이미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그것을 상대의 머릿속에 정확하게 옮기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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