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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은 어떻게 최고의 사치재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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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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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할 수 있는 능력:


프롤로그: 집중할 수 없는 시대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온전히 읽고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탭을 열어두고, 알림을 확인하면서,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읽고 있습니까?


현대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8초입니다. 2000년 12초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 연구, 2015) 금붕어의 집중 시간이 9초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금붕어보다 집중력이 낮은 종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역설적 주장을 제시합니다. 효율과 생산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대에, 진정한 사치는 오히려 비효율적 낭비에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주의력을 한 곳에 온전히 쏟아붓는 행위가 21세기의 새로운 사치재가 되었습니다.


1. 사치의 본질: 버킨백에서 집중력까지

1.1 사치재란 무엇인가


경제학자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1899년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설명했습니다. 상류층은 실용성과 무관한 소비로 자신의 지위를 드러냅니다.


버킨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가방은 실용성으로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수백만 원을 지불하고 수년을 대기해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불합리성이 가치를 만듭니다. "나는 이런 불필요한 것에 자원을 쓸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사치재의 본질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희소성: 누구나 가질 수 없어야 합니다.

비실용성: 순수한 필요를 넘어서야 합니다.

과시성: 소유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1.2 주의력이 새로운 사치재가 된 이유

21세기, 희소한 자원이 바뀌었습니다. 물질적 재화는 넘쳐납니다. 정보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것을 처리할 주의력은 유한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1971년 이미 통찰했습니다: "정보가 풍부한 세계에서 정보는 다른 무언가를 소비한다. 그것은 정보 수신자의 주의력이다. 따라서 정보의 풍부함은 주의력의 빈곤을 만든다."


팀 우(Tim Wu)는 2016년 저서 『The Attention Merchants』에서 "주의력 경제"를 분석했습니다. 20세기 초 신문이 광고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모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습니다. 라디오, TV, 인터넷, 소셜미디어로 이어지며 이 모델은 정교해졌습니다.


2024년 기준, 평균적 한국인은 하루 4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씁니다.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2023) 유튜브는 알고리즘으로, 틱톡은 짧은 동영상으로, 인스타그램은 무한 스크롤로 우리의 주의력을 경쟁적으로 빼앗습니다.


이 환경에서 온전한 주의력은 희소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 두꺼운 책을 완독하는 것, 3시간짜리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런 행위들은 이제 사치재의 세 조건을 충족합니다.


2. 낭만과 낭비의 경제학: 역사적 패턴

2.1 벨 에포크의 교훈


벨 에포크(Belle Époque, 1871-1914)는 유럽, 특히 프랑스와 영국이 문화적 전성기를 누린 시기입니다. 이 시대는 인상주의 회화, 아르누보 건축, 오페라와 발레의 융성으로 기억됩니다.


이 문화적 풍요는 막대한 잉여에서 왔습니다. 산업혁명과 식민지 착취로 축적된 부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들은 실용성을 따지지 않고 예술에 후원했습니다. 모네의 그림은 당장 먹을 것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지위였습니다.


역사학자들은 문화의 융성을 "필요를 충족하고 남은 잉여"와 연결합니다. 르네상스는 메디치 가문의 부에서, 조선의 문예부흥은 평화로운 18세기의 안정에서 나왔습니다.


패턴은 명확합니다: 가장 희소한 자원의 잉여가 문화와 낭만을 만듭니다.


2.2 주의력 자본주의 시대


21세기도 같은 패턴을 따릅니다. 단지 희소 자원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과거: 자본이 희소했습니다. 자본의 잉여는 물질적 사치(예술품, 저택, 사치품)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현재: 주의력이 희소합니다. 주의력의 잉여는 경험적 사치(깊은 독서, 장시간 몰입, 느린 경험)를 가능하게 합니다.


구체적 사례를 보겠습니다:


독서: 500페이지 논픽션을 완독하는 데 10~15시간이 걸립니다. 같은 시간에 유튜브 요약 영상 100개를 볼 수 있습니다. 요약본은 5분이면 됩니다. 하지만 완독을 선택하는 사람은 "나는 이 책에 10시간의 주의력을 쏟을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음악: 스포티파이는 월 10,900원에 무제한 음악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15만 원을 내고 콘서트에 갑니다. 3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핸드폰도 거의 보지 않습니다. 이는 "나는 이 경험에 온전히 주의를 쏟을 수 있다"는 사치입니다.


라디오: 팟캐스트는 1.5배속 재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라디오 생방송 청취자들은 실시간으로, 건너뛸 수 없이, 광고까지 듣습니다. 이는 비효율의 선택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흐트러뜨리는 와중에, 한 곳에 주의를 유지하는 행위는 강력한 신호가 됩니다. "나는 나의 가장 비싼 자원을 여기에 낭비할 수 있다."


3. 경험의 밀도: 사치는 과시인가, 본질인가

3.1 Self-Signaling의 경제학


사치재를 과시로만 보는 것은 피상적입니다. 더 본질적 가치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Self-Signaling)"에 있습니다.


경제학자 로빈 한슨(Robin Hanson)과 케빈 시몬러(Kevin Simler)는 2018년 저서 『The Elephant in the Brain』에서 인간 행동의 숨은 동기를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남에게 정당화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정당화합니다.


비싼 헬스장 등록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나는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책을 사는 것(읽지 않더라도)은 "나는 지적인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유지합니다.


주의력 사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두꺼운 책을 완독하는 것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나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3.2 대체 불가능한 경험

더 중요한 것은 질적 차이입니다. 주의력의 낭비는 경험의 밀도를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정보 vs 이해:

논픽션 요약본: 5분, 저자의 결론 3가지 습득

논픽션 완독: 10시간, 저자의 논리 전개 과정 경험, 반론 구성, 자신의 관점 형성


요약본은 "무엇(What)"을 줍니다. 완독은 "왜(Why)"와 "어떻게(How)"를 줍니다. 후자는 압축할 수 없습니다.


소비 vs 경험:

스트리밍 음원: 언제든지, 어디서든, 백그라운드로 소비

라이브 공연: 특정 시간, 특정 장소, 온전한 주의로 경험


스트리밍은 음악을 배경으로 만듭니다. 공연은 음악을 전경으로 만듭니다. 전자는 멀티태스킹을, 후자는 몰입을 요구합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Flow)』(1990)에서 최적 경험의 조건을 연구했습니다. 몰입 상태는 다음 조건에서 발생합니다:


명확한 목표

즉각적 피드백

도전과 기술의 균형

주의의 완전한 집중


마지막 조건이 핵심입니다. 산만한 상태에서는 몰입이 불가능합니다. 깊은 경험은 깊은 주의를 요구합니다. 이는 압축하거나 효율화할 수 없습니다.


4. 새로운 계급: 주의력 양극화

4.1 집중할 수 있는 자, 집중할 수 없는 자


주의력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입니다. 이는 새로운 사회 계급을 만듭니다.


첫 번째 유형: 내면의 통제


선(禪) 수행자, 명상 실천가, 미니멀리스트가 여기 속합니다. 이들은 의식적 훈련으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통제합니다.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개념이 핵심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깨달음입니다. 틱톡 영상이 중요해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이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을 바꾸면 자극은 힘을 잃습니다.

현대적 형태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입니다. 칼 뉴포트(Cal Newport)는 『디지털 미니멀리즘(Digital Minimalism)』(2019)에서 의도적으로 기술 사용을 제한하는 삶을 제안합니다. 이는 선택적 금욕입니다.


두 번째 유형: 경험의 포화


충분히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이미 수백 개의 레스토랑에 가봤고, 수십 개국을 여행했고, 수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새로운 자극이 더 이상 흥미롭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티보 스키토프스키(Tibor Scitovsky)는 『즐거움 없는 경제(The Joyless Economy)』(1976)에서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에 빠르게 적응하고, 더 강한 자극을 찾습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은 무관심해집니다. 이 무관심이 집중을 가능하게 합니다. 흥미로운 것이 없으니, 산만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세 번째 유형: 환경의 통제


물리적, 제도적 환경을 장악한 사람들입니다. 개인 사무실, 알림 없는 기기, 비서의 일정 관리, 방해받지 않는 시간 블록—이런 조건들은 특권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자 찰리 워젤(Charlie Warzel)과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Out of Office』(2021)에서 재택근무의 불평등을 분석했습니다. CEO는 집에서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좁은 원룸에 사는 직장인은 집에서도 산만합니다. 물리적 환경이 계급을 만듭니다.


네 번째 유형: 인지적 특권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관점에서 보면, 집중 능력은 타고난 부분도 있습니다. ADHD를 가진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정상 발달자만큼 오래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차이입니다.


4.2 나머지 대다수


대다수 사람은 네 유형 어디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내면을 통제할 만큼 수련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경험할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환경을 완전히 통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인지적으로 집중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의력 시장의 먹잇감이 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 틱톡 무한 스크롤, 인스타그램 알림—이 시스템들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사람들의 주의력을 빼앗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는 "주의력은 인간의 의지와 기술 기업의 알고리즘 사이 비대칭 전쟁"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이 자기 의지로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과는 양극화입니다. 일부는 깊은 집중으로 창의적 성과를 내고, 대다수는 산만함 속에서 표류합니다. 이는 소득 불평등만큼이나 심각한 "인지 불평등"입니다.


5. AI 시대의 역설: 누가 주의하고 누가 산만한가

5.1 Attention Is All You Need


2017년 구글 연구진은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Vaswani et al., Advances i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이 논문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를 제안했습니다.


트랜스포머의 핵심은 "어텐션 메커니즘(Attention Mechanism)"입니다. 간단히 말해, AI가 방대한 데이터에서 중요한 부분에 가중치를 두어 집중하는 기술입니다. 마치 사람이 글을 읽을 때 핵심 문장에 집중하듯, AI도 중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 기술은 혁명적이었습니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BERT, Claude, ChatGPT—현대 AI의 거의 모든 것이 트랜스포머 기반입니다. AI는 어텐션을 배워 인간 수준의, 그리고 어떤 영역에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5.2 아이러니의 완성

여기서 거대한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AI는 주의(Attention)를 배워 똑똑해졌습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습니다.

중요한 정보에 집중합니다.

맥락을 이해합니다.

산만하지 않고, 피곤하지 않으며, 24시간 집중합니다.


인간은 AI가 만든 콘텐츠 속에서 주의(Attention)를 잃고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무한한 콘텐츠(추천 영상, 맞춤 광고, 자동 완성)가 쏟아집니다.

인간은 이 콘텐츠들 사이에서 산만해집니다.

깊은 사유를 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주의력은 더욱 분산됩니다.


물론 AI의 "어텐션"과 인간의 "주의력"은 다릅니다. AI의 어텐션은 통계적 가중치 계산입니다. 의식이 없고, 의도가 없으며, 경험이 없습니다. 인간의 주의력은 의식적 자원 배분이고, 주관적 경험이며, 의미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은유적 수준에서 아이러니는 강력합니다. 기계는 "집중"을 통해 신에 가까워지고, 인간은 "산만"을 통해 기계에 종속되어 갑니다.


5.3 더 깊은 문제


AI는 주의력 경제를 가속화합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예측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유튜브는 당신이 다음에 볼 영상을 압니다. 틱톡은 당신이 좋아할 콘텐츠를 0.1초 만에 판단합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주의력은 더욱 세분화됩니다. 과거에는 30분짜리 TV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은 15초짜리 숏폼입니다. 다음은 무엇일까요? 3초? 1초?


철학자 박이문은 "기술은 인간을 확장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본질적 능력을 퇴화시킨다"고 경고했습니다. 자동차는 이동 능력을 확장했지만, 걷는 능력을 퇴화시켰습니다. AI는 정보 처리 능력을 확장하지만, 집중하는 능력을 퇴화시킬 수 있습니다.


6. 저항의 가능성: 무엇에 낭비할 것인가

6.1 명상, 주의력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


선각자들이 수천 년 전부터 가르친 명상과 마음챙김(Mindfulness)은 현대적 의미를 획득합니다. 이는 주의력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 저항입니다.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 개발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입니다.


명상은 주의력의 근육을 키웁니다. 처음에는 10초도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훈련하면 10분, 1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이는 헬스장에서 근력을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신경과학 연구는 명상의 효과를 입증합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8주 명상 훈련이 뇌의 회백질 밀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Hölzel et al., Psychiatry Research, 2011) 특히 주의력과 감각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두꺼워졌습니다.


6.2 구조적 해법의 필요성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의력 경제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첫째, 디자인 윤리: 기술 기업은 중독성 있는 디자인을 멈춰야 합니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알고리즘 추천—이런 기능들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착취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은 이런 기능들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교육: 학교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함께 "주의력 리터러시"를 가르쳐야 합니다. 어떻게 집중하는지, 어떻게 산만함을 관리하는지, 어떻게 주의력을 보호하는지—이는 21세기의 필수 기술입니다.


셋째, 노동: 기업은 "딥 워크(Deep Work)" 시간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칼 뉴포트가 제안한 딥 워크는 방해받지 않고 인지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이메일 확인, 회의, 슬랙 메시지—이런 것들 없이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넷째, 공공 공간: 도서관, 공원, 조용한 카페—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공재입니다. 모든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없다면, 사회가 제공해야 합니다.


6.3 개인의 선택

구조가 바뀌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각자는 선택해야 합니다.


나의 주의력을 무엇에 쓸 것인가? 이는 단순한 시간 관리 질문이 아닙니다. 존재론적 질문입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곧 살아있음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1890년 『심리학의 원리』에서 썼습니다: "내 경험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로 동의한 것이다. 내 주의력이 향하는 곳만이 나의 현실이 된다."


당신이 틱톡에 주의를 기울이면, 15초짜리 세계가 당신의 현실이 됩니다. 당신이 두꺼운 책에 주의를 기울이면, 저자의 깊은 사유가 당신의 현실이 됩니다.


결론: 낭비의 철학

이 글은 "낭비"를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입니다.


자본주의는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생산성으로 측정됩니다. 낭비는 악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가장 중요한 경험들은 비효율적입니다. 사랑, 우정, 예술, 사색—이런 것들은 ROI를 계산할 수 없습니다. 압축할 수도, 요약할 수도, 최적화할 수도 없습니다.


21세기에 가장 희소한 자원은 주의력입니다. 따라서 주의력을 "낭비"하는 행위는 가장 사치스러운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행위가 됩니다.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그 비효율 속에서 사유가 깊어집니다.

공연장에 가는 것은 비실용적입니다. 하지만 그 비실용 속에서 경험이 온전해집니다.

산책하는 것은 비생산적입니다. 하지만 그 비생산 속에서 마음이 자유로워집니다.


벨 에포크 시대의 귀족들이 쓸모없는 예술에 자본을 낭비했듯, 현대의 우리는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에 주의력을 낭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으로 남는 방법입니다.


마지막 질문을 남깁니다.


나의 가장 비싼 자원인 이 주의력을, 당신은 오늘 무엇에 낭비하시겠습니까?

그 대답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Csikszentmihalyi, M. (1990).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Harper & Row.

Hanson, R., & Simler, K. (2018). The Elephant in the Brain: Hidden Motives in Everyday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Hölzel, B. K., et al. (2011). "Mindfulness practice leads to increases in regional brain gray matter density." Psychiatry Research: Neuroimaging, 191(1), 36-43.

James, W. (1890). The Principles of Psychology. Henry Holt and Company.

Newport, C. (2019). Digital Minimalism: Choosing a Focused Life in a Noisy World. Portfolio.

Scitovsky, T. (1976). The Joyless Economy: The Psychology of Human Satisfa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Simon, H. A. (1971). "Designing Organizations for an Information-Rich World." In M. Greenberger (Ed.), Computers, Communication, and the Public Interest. Johns Hopkins Press.

Vaswani, A., et al. (2017). "Attention Is All You Need." Advances i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30.

Veblen, T. (1899).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Macmillan.

Warzel, C., & Petersen, A. H. (2021). Out of Office: The Big Problem and Bigger Promise of Working from Home. Knopf.

Wu, T. (2016). The Attention Merchants: The Epic Scramble to Get Inside Our Heads. Kno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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