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Proejct (349/365)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25: 세스 고딘의 주의력은 사치재다 를 보고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26: suno 등 AI 를 활용한 플레이리스트 유튜버의 세계 를 보고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27: 협업은 쓸모없다 를 읽고
"협업은 사실상 쓸모없다"는 도발적인 글. 끝없는 회의, 실행 대신 피드백을 위한 피드백, 명확한 Owner 없이 모두가 조금씩만 관여하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이런 '쓸모없는 협업' 때문에 오히려 개인이 혼자 할 때보다 생산성이 뚝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지만, 곧바로 반론이 쏟아졌다. "그럼 대규모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혼자 다 할 수는 없잖아." 맞는 말이다. 협업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협업 모드와 실행 모드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의 중심에 버티고 선 '위원회 문화'다.
왜 우리는 실행을 위한 협업이 아니라 '논의를 위한 논의'에 빠져들까? 두 가지 근본 원인이 있다. 첫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끝없는 탐색이다. "혹시 놓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강박으로 모든 가능성을 99.9%까지 검토하려 한다.
둘째는 실패에 대한 공포다. 실패하면 누군가 혼난다. 그래서 아무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대신 "더 논의합시다" "다른 분들 의견도 들어봅시다" 하며 불필요한 사람들을 회의에 끌어들인다. '협업'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결정을 무한 연기하는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모두가 의견은 냈지만 결정은 없다. 실행도 없다. 책임도 없다. "우리 다 같이 했는데…"라는 말로 모두가 빠져나간다. 이게 바로 '쓸모없는 협업'의 전형이다.
이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열쇠는 단 하나, 성숙한 책임감이다. 많은 사람이 책임을 비난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내가 결정하면 잘못되면 나만 혼난다"고 생각하고 피한다. 하지만 진짜 책임은 전혀 다르다.
성숙한 책임이란 세 가지를 동시에 감당하는 것이다.
첫째, 결정의 책임이다. 불확실성이 100% 해소되지 않았더라도 "이제 충분하다. 이 방향으로 간다"고 선언하는 용기다.
둘째, 실행의 책임이다. 결정이 종이가 아닌 실제 결과로 이어지도록 자원, 일정, 장애물을 직접 조율하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셋째, 결과의 책임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결과가 좋으면 "이건 팀 전체의 성과다"라고 칭찬을 돌리고, 결과가 나쁘면 "내 결정이었다. 내가 잘못 읽었다"고 먼저 말한 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웠고,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학습을 책임지는 리더십'이다. 비난이 아니라 학습이 조직의 기본 반응이 될 때, 사람들은 비로소 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럼 이런 문화를 어떻게 만들까? 규정으로? 벌칙으로? 심리적 안전 교육 12주 코스로? 아니다. 문화는 인간의 거울신경과 조건학습으로만 만들어진다. 펭귄 무리의 유명한 비유를 조금 확장해보자.
퍼스트 펭귄은 "내가 Owner다. 내가 책임진다"며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결단 하나로 3시간짜리 회의가 30분 만에 끝난다. 그런데 진짜 문화를 만드는 건 세컨드 펭귄이다. 퍼스트 펭귄이 뛰었을 때 "저 사람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하며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좋아, 나도 간다!" 하며 바로 뒤따라 뛰는 첫 번째 동료. 이 사람이 있어야 다른 펭귄들이 "아, 여기서는 먼저 뛰는 사람이 혼나지 않는구나"를 몸으로 배운다.
실제 사례를 보자. 아마존의 '싱글 스레드 오너' 제도나 넷플릭스의 'Keeper Test', 스포티파이의 'Squad Owner' 모두 결국 같은 메시지다. "한 명이 끝까지 책임진다. 대신 실패해도 학습만 제대로 하면 괜찮다." 예컨데, "회의는 30분 안에 결정이 나와야 한다. 결정 안 되면 내가 한다"는 룰이 필요한 것이다.
'쓸모없는 협업'은 현상일 뿐이다. 본질은 '결정의 부재'와 '성숙한 책임의 부재'다. 이걸 해결하는 건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퍼스트 펭귄의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나도 함께 뛴다"며 지지해주는 세컨드 펭귄의 연대다.
조직에 퍼스트 펭귄이 한 명만 나와도 변한다. 세컨드 펭귄이 한 명 더 붙으면 문화가 된다. 그 다음부터는 펭귄들이 줄줄이 바다로 뛰어든다. 당신은 지금 퍼스트 펭귄이 될 건가, 아니면 세컨드 펭귄이 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