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공허하고, 우리는
누워 있는 내 머리맡에 당신이 앉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얹었다.
나를 바라보던 당신은 미소 지었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무슨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야기에 맞춰 나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곧 우리는 나란히 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공허는 중요하지 않았다.
방 안에, 당신과 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끝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잠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났다.
옆을 보니 당신도 잠들어 있었다.
손 끝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스치자,
당신은 웃으며 몸을 뒤척이더니 내게 등을 보였다.
나는 그 등에 이마를 조심스레 대었다.
당신의 숨결이 등 너머로 전해졌다.
허리께 걸린 당신의 손에 내 손가락을 얹어 살짝 잡아 보았다.
그러자 당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손을 꼭 쥐어 주었다.
그날, 당신이 잠들던 순간.
나는 당신의 손을 잡았었고,
당신 역시 내 손을 놓지 않았었다.
우리는 함께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았고,
그 감각은 세월을 건너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곳에 잠들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