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밤
어느 날 밤, 세상이 잠들어 고요한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잠이 오지 않아."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깊은 새벽까지 깨어 있을 사람은 나뿐일 거라며 걸어온 전화였다.
"기타 쳐줄까?"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보이지도 않았을 그 대답을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이 잦아들자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깨고 기타 소리가 시작됐다. 줄이 울릴 때마다 방 안의 공기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나자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말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군."
"노래를 해달라는 뜻이야?"
또 한 번 잔잔한 웃음이 흘렀다. 나는 떠오르는 아무 노래나 조심스럽게 불렀다. 어떤 노래였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순간, 전화기 너머로 흘러가던 밤의 냄새와 묘하게 가라앉은 마음만은 아직 남아 있다.
어젯밤, 나는 그때의 공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기분은 금세 흩어졌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악기는 역시 사람의 목소리구나."
그 말은 꿈의 잔향처럼 남아 코가 간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