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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숙 Nov 22. 2024

'그림책 모임' 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성인 그림책 모임

  교육인류학의 연구대상은 ‘교육’, 연구 장소는 가정, 시장, 전장 등의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나 될 수 있고, 참여자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어디서든 가볍게 만나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연구대상 '그림책', 연구 장소 '어디든 가능하다', 참여자 '전 국민'. 어린이용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성인에게 약간 소외되어 있지만 활성화의 조짐이 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모리스 쎈닥(Maurice Sendak)은 “그림책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쉽고, 그림이 많고,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이상의 무엇입니다. 나에게 그림책이란 환장하게 어려운 일입니다. 복잡하고도 매력적인 시적(詩的) 형태와 씨름하는 것과 같지요. 그림책은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항상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하며 마침내 아주 단순하고 잘 정리된 이음새 하나 없는 무언가를 성취해서 마치 단시간에 그 작업을 해치운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바느질 한 땀이라도 보이면 그 게임에서 진겁니다”라고 그림책 만들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태어나는 것이 그림책 입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통합성을 강조하고 글과 그림의 예술성을 강조하는 종합예술품으로서 양쪽으로 펼쳐보는 화폭이며, 한 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다음을 알 수 없는 드라마이고, 다음을 기대하고 기다려지게 하는 32쪽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들려주는 절제된 서사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 속에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이 들어있습니다. 그림책 속에는 여러 군상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그림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매우 확실한 매체임에 분명합니다.


 ‘내가 함께 있을께’라는 그림책은 오리가 태어날 때 죽음이라는 친구도 함께 태어납니다. 하지만 오리는 살아가는 동안 미쳐 발견하지 못한 죽음이 생의 마지막 순간 즈음에 늘 함께하고 있었음을 깨달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 내용의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독자는 누구일까요? 그림책이니 아이들일까요? 아닙니다. 대상은 누구나입니다. 누가 어른이 보면 안 되는 그림책이라고 하겠습니까? 


 꿈과 희망,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이 있는 반면, 잃어버린 마음(꿈)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휴양지로의 여행, 이혼문제, 다문화문제, 동성애 문제까지 인간의 삶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간결하고, 함축되고, 정제된 시 한편으로 그려낸 것이 그림책이 많이 있기에 책을 읽는 대상은 누구나입니다. 이러니 요즘 성인들이 그림책에 안 반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꺼리가 아주 많거든요. 다양한 주제로, 현대의 많은 이슈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한가지 유념해야 할것은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를 각자의 배경지식과 경험으로 의미를  구성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읽을 때  의미 구성은 더 잘됩니다. 이런 이유로 모임을 하는 것이구요. 

가끔은 그 안에 숨은 의도를 다 알아채지 못하는 나의 우둔함이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너무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학교 교육을 받아온 세대로써 덜 창의적이고, 덜 비판적 사고를 가진 부족한 내가 안타까울뿐입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그림책들이 속된말로 수두룩빽빽한데 이 어찌 이런 그림책을 어린이 특히 유아들만 보는 책으로 치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림책은 가장 편안하고 친절한 장르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책은 읽기 과정에서 독자에게 비교하고, 상상하고, 추론하고, 추리하고 예측하고, 분석해야 하는 등의 고도의 사고활동을 요하기 때문이지요. 즉, 그림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림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사건의 인과관계는 어떤지, 나라면 어떻게 할것인지등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읽어야합니다. 물론 쉬운 책들은 아이들만의 전우물이 될 수 있지만 요즘은 매우 다양한 관점과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림책들이 많이 생산되므로 성인이 그림책에 빠지고 그림책모임을 하는 이유입니다.


 동네에서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분들끼리 그림책 모임을 만들고, 도서관에서, 학교에서, 영유아교육기관에서, 그림책 활동가를 위주로, 그냥 그림책이 좋아 온라인에서 삼삼오오, 그림책을 공부하신 분들을 위주로, 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그림책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책입니다. 어른이 읽어주는 책이지요. 때문에 많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좋아해야지 아이들이 양질의 그림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그림책 모임을 통해 좋은 그림책을 많이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안목이 늘어납니다. 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구요. ㅎㅎ


 특히, 현대 그림책이라고 일컬어지는 포스트모던 그림책들은 독자가 마치 수수께끼 풀 듯 그 뜻을 풀어야만 하는 애매모호한 작품들, 재현의 미학을 거부하는 것 같은 작품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그림책 모임을 통해 함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더 많은 그림책모임이 생기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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