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살인.#1

죽을 때까지 때렸으면 그건 그냥 죽인 거야.

by 월하수희

살인이었다. 그것도, 세 번.


검사로 임용되고 받은 나의 첫 사건이었다.

내 책상 위에 놓인 악마에 의해 이 땅엔 세 구의 시체가 남았고, 하나는 울음 대신 죽음으로 세상과 만났다.

그것은 누가 뭐래도 실수도, 우발도 아닌, 반복적이고 잔인한 폭력이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법 아래. 하늘 아래. 이 자를 벌하는데 나까지 필요할까?

법치주의라는 한 단어를 떠올리고 이 악마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연쇄살인이라는 것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놈의 살인 사이엔 강제적 법 집행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번에도 이놈은 ‘연쇄’라는 중형을 피해 가겠지?


그래도 나는 수북이 쌓여 있는 이놈의 과거를 들출수록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재판부는 어째서 그동안 이놈의 살인 본능을 막지 못하고 계속 방생해 온 걸까?


이놈을 꼭 만나야겠다!

나는 너를 꼭 지옥에 보낼 것이야.


00 지구 00 운전면허 학원 -


“첫 사건인 건 알겠지만 너무 열의가 넘치신 거 아닙니까? 어차피 그놈 수배 떨어진 지 2년 만에 잡힌 거예요. 사람을 그동안 셋씩이나 죽여놓고 또 상해치사로 빠져나갈 수 있겠습니까?.”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내며 투덜대면서도 내 앞길을 터주는 김 수사관.


“죽은 사람 수 만으론 사형 안 나옵니다. 대한민국 법이 그래요. 저는 그런 개떡 같은 법으론 파리 하나 못 죽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죽어서 말 못 하는 피해자들 대신, 기록을 모아 쥔 이 펜으로,

그 악마의 숨통을 그어버릴 겁니다.”


내 살벌한 표정을 읽은 그가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이 왼손을 뻗어 앞으로 내밀며 믿음직스럽게 한마디 한다.

“자, 증거가 될만한 기록을 들으러, 가시죠.”


빵빵한 에어컨 밑에서도 습관적으로 부채질하며 김 수사관이 들이민 인적 사항을 들여다보던 운전학원의 원장 눈이 번쩍 뜨였다.


“어라? 변 씨 아냐? 나, 이 사람 잘 알지. 나랑 같이 여기서 일했다고 30년도 더 됐지 아마? 나는 그때부터 한두 푼 모아서 이거까지 인수하게 된 거고. 근데 이 사람 술 만 마시면 헛소리해서 그렇지 사람 참 좋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래?.”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운전면허 학원을 나서며 풀이 죽은 듯 김 수사관이 말한다.


“유리하게 쓰일 나쁜 기록은 하나도 없을 거 같은데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늘 살아남은 쪽이 유리하죠.”

“재판이라는 게 누굴 위한 건지... 죽은 사람은 한마디도 할 수 없는데, 죽인 사람 말만 믿어야 한다니, 그러니까 누구든 죽은 사람 대신 말하게 해야죠.”


운전대를 잡은 김 수사관 이 남의 속도 모르고 빈정대듯 말한다.


“그러다 검사님이 먼저 죽겠습니다. 지금 가실 동네, 거기서 만날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거 같은데요?.”


나는 무언가 확신에 차서 그에게 내리꽂듯 쏘아붙였다.

“다 똑같아도 한 사람은 반드시 다릅니다.

그 한 사람 찾으러 갑시다.”


목적지에 다 와 가자 김 수사관이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검사님 탐문은 대부분 시간순으로 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스타일이 다르고 케이스별로 다르겠지만 이번에 굳이 두 번째 피해자였던 아버지를 건너뛰고 마지막 피해자인 임신 중이었던 아내 쪽을 살피는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나는 그의 타당한 질문을 듣고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식상한 질문이라 대답하기 자존심 상하네요.”

멋쩍은 듯,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운전에만 집중하는 그를 보고 있자 날카로운 심상에 떠오른 날카로운 대답이었던걸 깨닫고 대꾸해 주기로 했다.

“김 수사관님, 00 연쇄살인범 이 00 아시죠?.”


“아, 그야 당연히.”


“그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있어요.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다. 착하고 순한 아이다.”

“아.. 아.. 진짜요?.”


“부모, 혈연, 보통의 어머니. 그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아요? 그저 모르고 싶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그놈들이 부모님 앞에서만 다른 얼굴이었을까요?.”


“아…. 그러네요? 뭘까요?.”


나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하나의 명제를 거침없이 꺼냈다.


“셋 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셋 다라 고요. 그러니까 그놈의 어머니 진술은 최후로 미루죠.”


그렇게 다다른 곳은 그가 마지막 출소 후 2년 정도 노숙 생활과 노동일을 하던 곳이었다.

하필 그곳에서 누군가의 소개로 마지막 피해자를 만나게 됐다.

나는 그 와 그녀가 만났을 그 동네 어딘가쯤에 발을 딛자마자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과거로 돌아가 그녀에게 도망치라고 몹시도 말하고 싶어졌다.


저 멀리서 김 수사관이 빵과 음료를 한가득 사 와 달려온다.

생글거리며 노숙하는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나눠주며 인사를 나눈다. 처음에 경계를 갖던 그들이 빵과 음료, 소주와 담배를 받아 들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댄다.

내가 김 수사관을 쿡 찔렀다.


“이런 건 수사 기법인가요?.”


“네 정확히 맞습니다. 저 쓸만하죠?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 다들 호의적인데 변대호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요. 분명 여기서 2년 정도 노숙 생활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들이 이제 와 그에 대해 입 다물어줄 의리는 없다. 그렇다고 저 얼굴들에 공포의 작은 조각도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김 수사관님, 첫 번째 아내 살해 동기 상해치사. 두 번째 친아버지 살해 동기 상해치사 각각 4년, 3년 그마저도 다 안 채우고 모범수로 나왔죠? 말이 돼요?.”

“그거야 검사님께서 더 잘 아시겠죠. 제가 들었을 때는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도 형량을 그렇게밖에 안 받았다는 거는? 나라에 빚을 갚아줬나?.”


진심으로 알쏭달쏭하다는 표정을 짓는 김 수사관을 보며 나는 차곡차곡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던 놈의 특성 중 하나를 꺼내주었다.


“놈의 혓바닥은 차가운 재판장도 녹이고, 그보다 더 살벌한 감옥의 문도 녹일 수 있을 만큼 뜨겁고 현란한 거죠. 면상 보셨잖아요? 어떤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으면 판사님께서 몇 번이나 ‘나는 관대하노라’를 시전 하셨을까요? 이놈 대단 한 놈이에요.”


여전히 내 이야기에 집중만 하고 답을 못 찾는 김 수사관에게 툭 하고 사진을 던졌다.


“절대 자기 본명 안 썼을 거예요. 사진을 보여주세요.”

예상은 적중했다. 그러자 얼마 후에 그에게 그녀를 소개해준 남자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그런 놈인지 알았으면 그 착한 애를 소개해주지 않았죠. 박가 그놈이 아. 맞다 변가라고 했나? 그놈 같이 사는 그 마누라한테도 박달호라고 했다고요. 살 부대끼며 애 갖은 마누라한테도 이름을 속이는 그런 자를 내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의 넋두리는 끝이 없었다. 나는 그놈이 지독한 거짓말쟁이라는 거 외에 별 소득 없이 이곳을 떠야 하나 싶었다.

저 멀리서 김 수사관이 달려오고 있다.


“헉헉. 검사님…. 찾은 거 같습니다. 모두와 다르게 말하는 한 사람이요.”




작가의 말-

아내를 아버지를 때려죽이고도 줄곧 상해치사죄로 3년 4년 그마저도 모범수로 형기를 다 채우고 나오지 않아 또 자기 아이를 갖은 아내를 죽인 악마가 저번달 만기 출소했습니다. 내용 이 방대하고 소설형식이기 때문에 회차 나눠지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앞으로 '당신이 몰랐으면 하는 이야기'는 화요일과 수요일 이렇게 한 주에 두 번 연재하기로 정했습니다 그럼 다음 편 화요일 열두 시에 만나요~

*저는 김원 tv 시청자입니다. 워낙 김원 님께서 조사를 꼼꼼히 해주셔서 그를 바탕으로 썼음을 알려드리고 사건이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방송 3사보다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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