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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존나게 사랑하자

Life is too short to spend another day a

by 꿀별


너는 보통
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함께 글램핑에 갔던 친구가 물었다.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 답했다.


나는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친구는 몇초간 대답이 없었다. 나도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내가 생각해도 특이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진짜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으니까. 나는 이런 나 때문에 힘들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가벼운 하소연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절규였다.


은근한 절박함이 느껴졌던 것일까. 친구는 내게 말했다.



감사일기를 써보는게 어때?
단, 너 자신에게 고마운 걸 써봐



나 자신에게 고마운것? 아, 벌써 어색한데.


하지만 은근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 노트 한 권을 샀다. 이미 한 권 있으니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노트, 무려 8,000원이었다.


집에 도착해 스탠드를 켜고, 노트를 폈다. 가만히 앉아 고마운 것을 적었다.


마음이 힘들고, 약한 모습을 보이고, 위로 받아서 고마워.


용기내 친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자신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리고 예쁜 다이어리와 시그노 볼펜을 사줘서 고맙다는 말을 더했다. 약간 어색했다. 하지만 문득 내 안에 있던 수많은 욕망들을 이루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대로도 충분한 마음이 있다면, 그 거대한 욕망으로 날 증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강박적으로 감사일기를 썼었던 시기가 떠올랐다. 솔직히 당시의 마음은? ‘감사까진 아닙니다~’ 였다. 히딩크 감독처럼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였다. 강박적으로 썼던 감사일기에 효과가 있었을리 없다. 아무리 감사일기를 써도 채워지지 않았다. 깜지 쓰듯 몇 쓰다가 포기했다.


지금의 감사일기는 아주 쉽다. 그냥 나에게 고마운 것을 찾아 쓰면 되니까. 하루는 이런 내용을 썼다.


졸린데 낮잠 거하게 자줘서 고마워..zZ


쉬는 날 낮잠. 평소라면 효율성이 곤두박질을 친다며 채찍질 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회사 일 잘했다고 적은 날도 있다. 그날은 문득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비판자가 올라왔다.


너보다 잘하는 사람 많은데, 너무 안주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쓰기로 했다. 잘했다고. 너의 열정과 잘하려는 마음이 고맙다고.




연예인 송혜교씨도 유퀴즈에 나와 말했다. 항상 자신이 잘 못한 것만 보이는 시간이 있었다고. 그런 송혜교씨에게 노희경 작가는 감사일기를 권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주변에 사랑을 줄 수 있어.
그리고 더 좋은 세상을 볼 수 있어.

내 안의 비판자와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나는 괴로웠다. 내 실수는 돌이킬 수 없었고, 미래는 두려운 것이었다. 자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스스로와 세상은 구제불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에게 고마운 것을 쓴 이후로, 나는 내가 나를 얼마나 몰아갔는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각박했는 지 깨달았다. 그리고 왠지 세상도 제법 밝아보인다. 고난과 역경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나를 사랑하자, 존나게.




결론은 이거다. 나를 존나게 사랑하자는. 어차피 객관적 비판이랄지, 판단은 외부로부터 종종 듣고야 말테니까. 적어도 나만큼은 나를 객관적 조건 없이 무비판적으로 사랑해주자고. 진정 원하는 반려인도 잘 생각해보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 아니었던가.


그런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먼저 되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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