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런과 달리기 예찬
10km 마라톤에 참가했다
달리기에 대한 글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게 6월이다. 그때 쓴 글의 제목이 ‘1.5km를 달리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당시 1.5km도 굉장히 힘들었기에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꾸준히 런닝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10km 마라톤을 완주했다.
내가 참여한 마라톤은 디즈니런이다. 추첨제라 당첨이 안될 수도 있는데, 운 좋게 당첨 됐다. 디즈니런에 당첨된 걸 안 당시에는, 최장으로 뛰어본게 ‘6km’였다. 왠지 못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취소하려고 했다. 그때, 직장동료가 말했다.
“헐! 저는 떨어졌는데, 그냥 나가봐요!!”
그 말이 계기가 되었다. 80,0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참여확정을 했다. 이제 빼도박도 못할 일이었다.
‘과연 내가 1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
한 번도 달성해본 적 없는 목표는, 이룰 수 없는 저편의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혼자 뛰면 중간에 멈추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 어려울 듯 했다. 런닝 크루에서 10km를 달리는 모임에 참석했다. 워치에서 남은 km를 보면 더 괴로울 것 같아, 앞에서 뛰고 있는 페이스메이커의 양말만 보고 달렸다.
처음 10km를 달성했던 날의 뿌듯함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역시 페이스메이커의 양말만 뚫어져라 봤던 날이었다. 런닝이 끝나고 집으로 가 누웠는데 무릎 관절들이 아팠다. 몸이 각성된 탓에 잠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해냈다’는 감각이 은은하게 나를 감쌌다. 다행이었다. 디즈니런에 10km 완주 경험이 있는 채로 참여할테니.
마라톤에 참여하며 10km를 완주하기까지, 훈련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
사실 나는 막연히 마라톤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게 내 달리기의 목표는 아니었다. 굳이 목표를 이야기하자면 ‘꾸준히 런닝하기’ 정도였다. 그런데 마라톤이라는 목표를 만들었기에 ‘꾸준히 런닝하기’라는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만약 마라톤 목표를 만들지 않았다면 매주 훈련을 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이 변하고 싶으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 했던가. 만약 런닝 크루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km를 늘려가며 꾸준히 런닝 연습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크루에서는 앞에서 달리는 분의 뒤를 열심히 따라만 가면 되니, 그게 쉬웠다.
그리고 정말 밥 먹고 달리기만 하시는건지 잘 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 사이에서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런닝을 하며 생기는 고민들도 그때그때 편하게 이야기하고, 나보다 먼저 달려본 사람들의 꿀팁도 들을 수 있었다. 환경이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로 바뀌니 자연스레 나도 꾸준히 달리게 되었다.
런닝을 하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살짝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하며 숨이 턱턱 막히거나, 아무생각이 없어지는 순간들은, 머릿속의 잡음들을 잠깐씩 끊어주었다. 되든 안되든 꾸준히 뛰었던 순간들은, 인내력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인내력을 알게되니 조급한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 예찬론자 같은데, 뭔가에 꽂히면 예찬을 해야만하는 사람이라 조금 이해해주시길.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져 유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건강한 취미를 꾸준히 가져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