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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Apr 18. 2017

채식해도 괜찮아.

몸 살리는 채식, 편견은 어디서 시작됐나?

무엇이 우리를 기존 것들에 집착하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의 영혼을 영예롭게 하고 삶을 풍족하게 하는 선택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수동적으로 묶어두면서 위대해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일까? 
생동감 넘치고 창의적일 수 있는데도, 그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일까? 
새장에 갇혀 있지만 문이 열려 있어서 얼마든지 날아갈 수 있는 새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이건 동물이건 간에 그렇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바로 습관이다.
-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중에서

사람들은 '채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대한다. 그리고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위해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난류, 가금류를 섭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고정관념을 넘어 바꾸기 힘든 습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채식만 하면 왠지 단백질이 부족할 것 같다."

"식물성 단백질보다 동물성 단백질이 더 우수하지 않나?"

"필수아미노산은 동물성 단백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풀만 먹고 어떻게 사냐?"

"풀만 먹고 어떻게 힘을 쓰냐? 고기를 먹어야지 고기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병이나 질환에 걸리면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낫지 않던 우리 아이 아토피가 '채식'으로 바꾼 후 말끔히 나았어요."

"혈압약을 먹어도 떨어지지 않던 혈압이 '채식'으로 바꾸고 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암 선고를 받고 절망했는데,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고 암세포가 내 몸에서 완전히 사라졌어요. 지금은 채식 전도사가 됐습니다."

"전에는 자주 아팠었는데 채식하고나서부터 훨씬 몸이 더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채식으로 바꾼 사람들이 병과 질환으로부터 완쾌되었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검증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이미 방송과 책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채식하면 건강하지 못할 것 같고, 힘을 못 쓸 것 같으며, 채소(풀)만 먹는 것으로 오인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동물성 단백질이 더 우수하다는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일까? 무엇이 그토록 '동물성 단백질 신화'에 집착하도록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왜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일까? 채식에 대한 편견과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맹목적인 신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보자. 

좌측 첫 이미지는 오늘 아침에 먹은 첫 식사다. 나머지는 주말에 본가에서 먹은 식사 내용이다. 어머니는 늘 자연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셨고 직접 채소를 재배하거나 산으로 캐러 다니거나 하시는 걸 좋아하셨다. 그것이 좋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셨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한때 우유, 닭가슴살, 계란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었다.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먹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식물성 단백질인 콩류를 반드시 섭취했으며 붉은색 살코기인 육류는 회식, 모임, 제사가 아닌 다음에는 평소에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10년 전부터 우유를 끊고, 가금류와 난류의 섭취량을 대폭 줄였다. 그리고 동물복지인증 및 항생제 무첨가 등의 마크가 붙은 것만을 사서 먹는다. 현재는 자연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100% 자연식은 아니지만 80~90% 정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을 전혀 먹지 않는 100% 자연식만을 해본 적도 있으나 외부 식사나 특별한 날은 쉽지 않으므로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다.   


채식주의자, Vegetarian의 어원

Vegetarian(채식주의자)의 어원은 역사상 채식하는 사람들의 첫 모임이 있었던 1839년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영어 Veget(able)과 -arian을 조합한 것이다. 채소라는 뜻의 Vegetable은 'Veget'과 'able'이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Veget'의 어원이다. Veget는 라틴어 Vegetus에서 유래했는데 그 뜻은 


Vigorous(원기 왕성한), Energetic(정력적인), Lively(생기에 넘친), Move(움직이다), Excite(일으키다)


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한 가지는 단어가 먼저 생기고 현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더니 원기 왕성해지고, 정력적이며, 생기가 넘치게 된 현상에 대해 경험치가 쌓이고 난 뒤 그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Vegetarianism(채식주의)라는 용어는 1851년에 만들어졌다. 1911년에 발행되었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채식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채식주의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로 생선, 고기, 가금류를 식품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는 것에 적용되며 1847년부터 쓰이기 시작하였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편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과 우유도 먹지 않는 의미의 Vegan은 1944년 영국의 도널드 왓슨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채식단체의 소그룹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거절되자 독립적으로 비건 협회를 창설한다. 한국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7권 2년(1420)에 '소식(蔬 나물 소, 食 밥 식)'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1939년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에 '채식주의'라는 단어가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채식을 소식으로 표현했으며, 이광수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30년대에도 식물만을 먹는 '채식'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채식은 한자로 '채식(菜 나물 채, 食 밥 식)'으로 쓰는데 채(菜)는 심어서 기른 풀의 의미로 채소(菜 나물 채, 蔬 푸성귀 소)를 표현한 것이다. 자전(字典)에서는 채식을 '푸성귀로 만든 반찬만을 먹음'이라 해설해 놓았는데 한자의 채식은 Vegetarian이 어원이었던 Veget(able)을 푸성귀, 채소로 해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채식을 소박한 식사라는 뜻의 '소식(素 본디 소, 食 밥 식)'으로 쓰고 있다(일본은 한국처럼 채식이라는 용어를 쓴다).

네 다리로(포유류)로 서 있는 것보다 두 다리(가금류)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고, 그보다는 다리 하나(곡류, 채소류, 과일류, 버섯류 등)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 - 중국 속담
Vegetarian을 한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채식은 지금도 단지 풀만 먹는다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어 채식에 대한 편견에 힘을 더하고 있다. '풀만 먹고 어떻게 살아?'라는 우스갯소리를 보건대 채식이라는 단어가 편견의 인식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하고 어렵다. 바른 채식의 핵심은 통곡류, 콩류, 견과류, 종실류, 채소류, 해조류, 과일류를 골고루 먹는 것이며 - 중략- Vegetarian의 어원인 Vegetus의 의미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채식은 건강식, 활력식, 생명식, 역동식 정도로 표현될 수 있겠다. - <역사 속의 채식인> 중에서

원래 채식은 육류, 가금류, 어류를 식품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했지만, 번역되는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가 풀만 먹는 것으로 오인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원을 분석해보면 왜 그토록 역사상 유명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채식'에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유가 채식은 곧 건강식, 활력식, 생명식인 동시에 역동식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이상적인 국가가 시작될 때 육식이라는 것은 없었다. 
고기를 먹고 산다면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의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글라우콘과의 대화 중에서).
- 소크라테스

결국 '채식은 단지 채소만 먹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땅에서 자라는 곡류, 콩류, 견과류, 종실류, 채소류, 과일류를 비롯해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인 해조류를 먹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연식'을 말하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건강 및 영양학 연구인 <The China Study, 중국 연구>를 진행했고 <건강, 음식, 질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를 저술한 코넬대학교 영양생화학 명예교수인 콜린 캠벨(Colin Campbell)은 그의 저서 <당신이 병드는 이유>에서 'vegan diet(채식)'이라는 용어보다는 'plant-based diet(자연식물식)'을 이용하기를 권장했다. 그리고 의사이자 이 책을 옮긴 이의철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보통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동물성 식품의 유무만 따진다. 따라서 동물성 지방을 식물성 지방으로 대체한 음식과,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한 음식들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엔 식용유와 설탕, 콩고기, 밀고기 등 가공된 식물성 식품이 많이 사용된다. 이런 음식들을 먹다보면 아무리 채식이라도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채식을 해도 잦은 병치레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당신이 병드는 이유>의 옮긴이 서문 중에서

채식 위주의 식사가 (현대의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포함해)육류 위주의 식사에 비해 훨씬 몸은 건강하고 이롭게 한다는 것을 인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는 DNA에 각인되어 세대를 이어 왔을 것이다. 그래서 병에 걸렸을 때 채식 위주의 자연식으로 바꾸는 행위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본능이 상업적인 미디어와 소비자의 감각(입맛)만을 추구하는 식품 산업 그리고 이익집단에서 뿌려대는 정보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을 뿐이다.   


인간 VS 육식동물 VS 초식동물

우리는 단백질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동물성 단백질 섭취에 열을 올린다. 특히 운동을 통해서 몸 만들기를 하거나 스포츠 선수, 보디빌더에게 있어서 단백질은 신화처럼 받들어지고 있다. 


근섬유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서 근육을 발달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엄청난 근육량을 자랑하는 보디빌더 중에는 전체 에너지 섭취 비율 중 50%씩이나 육류, 유제품, 단백질 보조식품으로 채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육식의 대가 티라노와 초식의 대가 고릴라의 왕 킹콩의 대결에서 승자는? 물론 주인공인 킹콩이 승리하겠지만 킹콩은 채식위주의 잡식동물이다.  (이미지: 영화 <킹콩, 2005>)

동물 중 체중이 많이 나가고, 근육량이 많은 동물은 육식동물이 아니고 초식동물이라는 사실이다. 덩치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느리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모두 인간보다 빠르다.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우사인 볼트의 100m 최고 기록은 9.58초. 체중이 6500kg인 코끼리는 9.52초, 키가 6m인 기린이 7.1초, 1000kg이나 나가는 말은 5초다(동물의 왕인 사자는 5.2초다). 이들 모두 풀밖에 먹지 않는 초식동물이다. 


인간과 유전자가 97% 정도 같고 인간과 매우 가까운 영장류 중에서 가장 큰 고릴라는 신장 170cm, 체중이 약 200kg으로 사람보다 근육량이 많다. 그런데 먹는 것은 과일, 대나무 껍질, 감자, 버섯, 셀러리 등이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 사자, 호랑이 등의 육식동물은 상대적으로 초식동물보다 작다. 무엇보다도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에 비해 2~3배 정도 오래 산다. 코끼리의 수명은 50~70년인데 반해 사자의 수명은 평균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들을 봐도 동물성 단백질이나 붉은 살코기인 육류를 먹지 않으면 근육이나 뼈가 잘 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초식동물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육상동물 중 가장 큰 아프리카 코끼리만 해도 의외로 '소식'한다. 코끼리가 하루 섭취하는 풀은 약 130kg! 130kg이라고 해서 깜짝 놀라겠지만 이것은 6.5톤 체중의 5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그에 비해 60kg인 사람은 하루에 체중의 50분의 1에 해당하는 1.2kg을 음식을 먹어야 하겠지만, 먹는 양을 합치면 코끼리에 비해 2~3배에 이른다. 과식하는 것이다. 영양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영장류다운 행위일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조차 성인만 걸린다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마치 아주 서서히 자살하려는 사람처럼 무의식적으로 몸과 건강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채식만으로 엄청난 양의 근육을 유지한 사람이 있는가?

빌 펄(Bill Pearl)은 보디빌딩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다. 육식을 하지 않고서도 만들어 놓은 근육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1971년 미스터 유니버스로 보디빌더로서 정점에 있었을 때 키 178cm, 체중 110kg, 팔 둘레는 53cm나 되었다. 

빌 펄은 53년, 61년, 67년, 71년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41살에 채식주의자가 되어 스테로이드 사용 없이 1971년 네 번째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거머쥔다. 물론 빌 펄 외에도 (비건에 해당하는)채식으로만 멋진 몸을 만든 보디빌더들은 많다. 그가 Men's Health지와의 인터뷰에서 채식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락토 오보 채식에 성공함으로써 나는 더 나아졌고 더 건강하다. 더 큰 에너지로 훈련할 수 있고 전처럼 '딱딱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의 동료들과 더불어 지구 상의 모든 존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년 이상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으며, 생선, 가금류 붉은 육류 등을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네 번째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만큼의 근육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못한다. 그들은 큰 근육을 갖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미신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마술처럼 당신을 보디빌딩 챔피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고기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른 식품에서도 역시 찾을 수 있다.

채식이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부터 그 진정한 의미가 다소 달리 번역되어 채소(풀)만 먹는 것으로 오인이 되었다면, 특정한 사건에 의해 동물성 단백질의 신화가 탄생하게 된다. 단백질의 신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지는 다음에 다루기로 하자. 

To be continued...  


참고 1: <음식혁명> 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시공사(2002)

참고 2: <역사 속의 채식인: 피타고라스에서 뉴턴까지> 이광조 지음, 살림지식총서(2008)

참고 3: <당신이 병드는 이유> 콜린 캠벨&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이의철 옮김, 열긴과학(2016)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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