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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설렘

한권의 책, 한권의 당신

by 해리포테이토

3. 설렘


눈오는 날이었다. 내린 눈은 염화칼슘에 녹으며 질척해져 있었고 거리는 음악과 소음으로 들떠 있었다. 당신은 깊은 동굴을 찾아들어가듯 서점으로 내려갔고 책 한 권을 손에 넣었다. 여행 에세이였다.


<세상 끝의 설렘>


히말라야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작은 떨림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다. 거대한 산맥이 주는 웅장함, 끝없이 펼쳐진 하늘, 그리고 그 속에서 주름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삶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길을 잃곤 한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계 속에서 문득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는 용기인지 모른다. 낯선 땅을 밟고, 새로운 바람을 맞으며,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할 때 비로소 잊고 있었던 삶의 기쁨, 살아있음의 설렘을 되찾을 수 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씨앗처럼 웅크렸던 열정이 다시 움트는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몇 번을 읽었어.

나는 책 한 권이,

영화 한 편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거나 영향을 준다고 믿지 않아.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복잡하잖아.

복잡하고 엉킨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익숙한 거고,

익숙해야 안정감이 느껴지지.

안정감 속에 행복이 있다고 믿었어.

그런데 어쩌면... 아닐 수 있다고...



당신은 책의 저자를 찾아보았다. 마치 자신이 쓴 것 같아서. 그 순간 당신은 미래의 자신이 이 책을 쓴 거라는 기이한 상상을 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작은 파동이 일었다. 그래,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고. 그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잊고 있었던, 아니, 억눌러왔던 살고 싶다는 갈망이 일어났다. 살려고 몸부림치다가 추락하게 될지라도. 몸부림치고 싶었다. 갈망이 폭풍처럼 당신의 내면을 흔들었다.


그날 이후, 당신은 히말라야를 꿈꾸기 시작했다. 보고서 작성을 빨리 끝내고 히말라야의 지도를 검색하고, 출장 업무를 자청해서 나가 등산 장비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알았다. 이 여행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죽음을 닮은 삶에서 벗어나, 생의 기쁨을 찾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마음에서 태풍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당신은 그동안의 삶이 그래왔듯 조용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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