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으로 향하다
5. 그래도 선택된 히말라야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이었다. 당신이 원했던 여행. 숨 막히는 회사 생활 대신, 숨 막히는 산행.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그 이름만으로도 당신의 심장은 벅차올랐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두근거림이었다. 그렇게 당신은 낯선 이의 공감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발을 내디뎠다.
당신은 배낭에 하나둘씩 물품을 채워 넣을 때마다 삶의 짐을 하나씩 덜어내는 기분이었다.
회사 유니폼 대신 땀 흡수가 잘 되는 기능성 티셔츠와 방풍과 방수 기능의 아우터 쉘을 챙겼다. 굽 높은 구두 대신 발목을 튼튼하게 지지해 줄 트레킹화와 여벌의 따뜻한 양말들을 넣었다. 헤드램프, 보온 물통, 에너지바와 초콜릿,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구급 키트를 꼼꼼히 챙겼다. 당신은 고산병에 대비해 미리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과 평소 복용하는 영양제들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숙면을 위해 이따금 먹는 수면제를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당신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결국 가져가기로 했다. 잠은 중요하니까.
당신은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늘 보던 도시의 풍경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다르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