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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Around Oct 18. 2024

[포르투] 렐루서점

아르누보와 신고딕양식의 조합

상대적으로 남성적인 느낌의 리스본과는 달리 포르투에는 온갖 아기자기한 것들과 알록달록하고 로맨틱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기숙사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 렐루서점도 그중 하나입니다.


렐루서점은 1869년 프랑스인 에르네스트 샤드롱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지금의 자리,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죠. 샤드롱 사망 이후 한 번 매각되었다가, 다시 호세 렐루에게 매각되었고, 호세 렐루는 처음엔 이 서점업을 처남과 함께 운영하다 처남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다시 동생과 함께 운영하게 됩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렐루서점은 1906년부터 지금 위치한 카르멜리타스 거리에 렐루서점으로서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1906년 세계는 근대화의 물결이 한참이었고, 미술사적으로는 기계화가 중심이 되던 근대화의 물결에 반대하여 인간이 만들어 인위적이라고 생각되었던 직선이 아닌, 자연에서 따온 곡선이 위주가 되는 아르누보가 대세를 이루던 때였습니다.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유럽의 지하철 입구는 대부분 아르누보 풍으로 지어졌고, 아르누보의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는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카탈루냐의 기암괴석과 바다, 그리고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대표되는 가우디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아르누보의 특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렐루서점은 이러한 아르누보양식과 신고딕양식의 조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층 건물의 파사드는 고딕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첨탑 모양의 장식 다섯 개로 마무리되었으며 내부는 포르투다운 풍부한 색감과 자연의 잎사귀와 덩굴 등을 본뜬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천장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와 서점의 중앙을 차지하는 나선형 계단이 렐루서점의 가장 특징적인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이 서점은 1994년 포르투갈의 공익 건축물로 지정이 되었고, 그 후 오랜 복원과 보수 과정을 거쳐 2013년에는 포르투갈의 특별 보호 건축물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는 방문객에게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입장료는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데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리 포터 때문에 이 서점이 유명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렐루서점은 이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저자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어린 왕자 초판본을 전시하고 있어 이미 전 세계 어린 왕자의 팬들이 방문하고 있었으며 2022년에는 젊은 밥 딜런이 고등학생 시절 여자친구에게 쓴 편지 모음을 경매에서 약 67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렐루서점의 상징적인 중앙 계단
서점의 입구로 들어갔을 때 정면 전경
렐루서점 파사드 - 신고딕양식 바로 앞 도로가 공사중이라 정면에서 찍을 수 없어서 이런 구도가 되어버렸다
서점에 들어가면 중앙에 위치한 회전 계단의 아랫부분 나무장식
아래에서 바라본 렐루서점의 1층 천장의 나무 장식과 2층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렐루서점의 2층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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