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 컬렉터
경북 군위에는 사유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수목원, 또 누군가는 산책로로 소개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이 장소에 꼭 맞는 정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 사유원‘, 장소의 이름 그대로 사색을 위한 공원이 가장 어울리는 정의가 아닐까 합니다.
사유원은 대구 태창철강 유재성 회장의 독특한 취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모과나무 수집이죠. 모과나무는 위쪽 방향 보다도 가지가 수평을 향해 이름답게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예전부터 일본의 분재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기후의 차이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간 모과나무들은 일 년을 넘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유재성 회장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300년이 넘은 모과나무 4그루를 사 왔고, 내친김에 오래된 모과나무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는 후하게 값을 쳐주겠다고 소문을 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으게 된 모과나무가 108그루, 지금 사유원의 풍설기천년을 이루었습니다. 풍설기천년은 ‘바람, 눈, 비를 맞으며 어언 천년’이라는 뜻으로 예술의 전당, 청계천복원공사의 조경을 도맡았던 정영선 조경가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이곳의 어떤 모과나무는 600년이 넘었다고 하네요. 바로 옆에는 일본정원의 대가 카와기시 마츠노부가 설계한 200년 이상의 배롱나무들로 이루어진 정원 별유동천이 있어 일반적으로 꽃이 없는 계절인 여름에 화려한 장관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이곳의 건축은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와 건축사무소 이로재를 이끌고 있는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