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시자와 승효상
사유원을 감상하는 데는 여러 루트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루트의 지점마다 적절한 곳에 적절한 건축물이 있어 자연과 건축과 빛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유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표적인 건축가로는 알바로 시자와 승효상 건축가 등을 들 수 있겠는데요, 사유원에서 어느 루트를 선택하든 비교적 초반에 만나볼 수 있는 ‘소대’와 ‘소요헌’ 그리고 어느 정도 높은 지점까지 루트를 따라 올라가야 만나볼 수 있는 ‘내심낙원’이 알바로 시자의 작품입니다.
포르투갈 출생의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는 1933년 생으로 1922년 프리츠커상, 2002년에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린 시절 미술과 조각을 좋아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포르투 대학의 건축학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26세에 본인의 건축사무실을 연 이후 지금까지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에 한 획을 긋는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알바로 시자는 자신이 설계하는 건물이 들어설 곳 근처의 카페에서 설계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설계한 건물의 단순한 형태들이 주변의 환경과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그의 작품의 특징이 그러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요헌‘의 입구에는 알바로 시자에게 헌정하는 헌정홀이자 카페가 있기도 합니다.
사유원에 있는 알바로 시자의 작품들 중 ’소대‘는 새 둥지 전망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제인 ‘미라도루 Miradouro’는 포르투갈어로 전망대라는 뜻입니다. 이 전망대는 알바로 시자의 요청으로 소요헌과 함께 지어졌는데 기울어진 20.5m의 탑을 오르면 사유원의 동서남북을 감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소요헌‘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소대의 건축을 반대했던 설립자도 후에 이곳에서 소요헌을 감상하고 나서야 건축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소요헌‘은 원래 알바로 시자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오에스테 공원을 위해 준비했던 프로젝트입니다. 피카소의 <임신한 여인>과 <게르니카>를 오에스테에 전시할 목적으로 준비되었던 프로젝트가 무산이 되자 이곳에서 실현을 하게 되었죠. 소요헌을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공간 끝에는 붉게 녹슨 철제 조형물이 있고 그 위로는 자연의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작품들은 피카소를 연관하여 만든 알바로 시자의 작품입니다.
‘내심낙원’은 근대 한국 카톨릭계의 거장이자 사유원 설립자의 장인인 김익진, 그리고 그와 영혼의 우정을 나누었던 찰스 메우스 신부를 함께 기리는 경당입니다. 이름인 ‘내심낙원’은 김익진이 번역한 중국 종교학자인 우징숑의 책 제목에서 따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