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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Around Nov 04. 2024

[군위] 사유원_3

사유원의 승효상

승효상 건축가는 사유원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감을 준 건축가입니다.


사유원의 건물들 중 '현암'은 사유원의 입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명정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과나무 숲인 풍설기천년에서 살짝 숨겨진 듯한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것이 현암입니다. 현암은 2013년 사유원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로 최근까지는 설립자의 사적인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0평 남짓한 작은 집이지만 사유원이 위치한 팔공산의 장대한 풍광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가장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사전 예약 시 내부에서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사유원의 부지는 산 아래에서 시작해 위를 향해 올라가며 펼쳐져 있고, '명정'은 사유원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지어진 명정은 건축을 통해 '빈자의 미학'을 구현하고자 한 승효상 건축가의 건축 미학을 보여주듯 구불구불 불편한 동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생과 내생이 교차하는 곳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삶의 좁은 통로를 상징하는 계단과 복도를 걸어 들어가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은 사라지고 오로지 하늘만 보이는 마당, 물이 흐르는 망각의 바다와 붉은 피안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시 2019년에 지어진 '와사'는 깨달음을 얻는 연못이라는 뜻의 '오당'의 낙차를 따라 마치 물길이 흐르듯 붉은 철판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지형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며 실내라 할 수도 실외라 할 수도 없는 공간의 곳곳은 다양한 빛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명상의 수도원이 물길을 따라 누웠다고 하여 와사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사담'은 현재 예약제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점심, 저녁을 즐길 수 있으며 해가 빨리 떨어지는 겨울의 저녁 식사 후에는 마치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는 듯한 칠흑 같은 산길을 내려오는 것 또한 독특한 경험입니다. 사유원을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을 때 설립자는 공간행동연구가들을 불러 사유원의 10만여 평의 공간 안에 몇 명이 있을 때 방문하는 각각의 사람들이 온전히 혼자 있다고 느낄 수 있는지를 물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하루 300명의 인원 제한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온전히 혼자 있다고 느끼는 숲 속에서도, 이 겨울 저녁은 무엇보다도 혼자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담의 앞으로는 연못과, 그 연못 건너편으로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넓은 벤치이자 데크가 깔려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유원에는 하나하나 설립자의 손길과 고민이 깃들어있는 건물들이 있지만 마지막으로 사유원 방문 시 꼭 내부에 들어가 봐야만 하는 건물로 화장실을 추천드립니다. 사유원의 코스 곳곳에는 별다른 장식 없이 소박한 몇 개의 화장실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화장실에 간다는 표현을 "Nature calls"라고 우회적으로 표현을 하는데, 사유원의 화장실들은 그야말로 자연이 부른다는 표현을 뜻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들입니다. 사유원의 화장실을 가보게 된다면, 항상 집의 가장 구석진 곳에 보이지 않듯 숨겨져 있는 화장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명정' 내부 1, 승효상
'명정' 내부 2, 승효상
'현암'의 지붕에서 보이는 풍경, 승효상
'와사' 외부 1, 승효상
'와사' 외부 2
'와사' 외부 3
'와사' 내부 1
'와사' 내부 2
'와사' 내부 3
'와사' 내부 4
'와사' 외부 4
'와사' 외부 5
'사담'(몽몽미방), 승효상
'사담' 앞 연못
화장실 1
화장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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