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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Around Nov 06. 2024

하이난 치킨라이스

싱가포르의 김밥

싱가포르에 처음 갔던 것은 몇 년 전 박람회 참가를 위해서였다. 놀랐던 것이 몇 가지 있는데,

1. 설치를 하는 중에도 에어컨을 틀어준다는 것(나중에 철수 때도 틀어줬다.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안 틀어주면 어떻게 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만은 안 틀어줬다… 박람회장들이 워낙 크니 냉방 1시간 돌리는 비용이 엄청날 거라 생각은 하지만…)

2. 박람회를 거의 한밤중까지 한다는 것? 오픈 날이나 좀 중요한 날은 밤 10시까지 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3. 마지막으로 설치하는 중에 staff meal을 제공한다는 것! 그 박람회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치 중에 부스마다 2개씩의 도시락이 제공됐다. 그때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첫 번째 식사가 바로 이 ‘치킨라이스’다.


‘치킨라이스’, 정확하게는 ‘하이난 치킨라이스’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약간 싱가포르에서 우리나라의 김밥 같은 포지션이 아닐까 싶다. 학생식당, 회사식당의 가장 흔한 메뉴이고 배는 고픈데 딱히 생각나는 음식에 없을 때 쉽게 생각나는 메뉴이며 무엇보다도 싸다. 너무 기본적인 조리법이라 다 똑같을 것 같지만 식당마다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거나, 우리나라에도 돈까스 김밥 같은 변주가 생겨났듯 원래 삶은 닭고기가 기본인 치킨라이스지만 로스트 치킨(베이징덕처럼 껍질이 바삭한) 라이스가 생겨났다거나 하는 점도 왠지 비슷해 보인다.


치킨라이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이난 지방의 음식이다. 닭에 마늘과 향신료를 넣고 삶은 뒤 그 육수를 이용해서 밥을 짓는다. 밥을 지을 때는 생강, 판단 잎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같은 육수를 이용해 고추가 들어간 소스와 수프를 만든다.


약간 이색적인 것이라면 서빙할 때 닭 위에 고수잎이 기본적으로 추가된다는 정도가 있을 뿐, 사실 어느 나라 사람이 먹어도 크게 거부감 없을만한 메뉴가 아닐까 싶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시킨 기본적인 치킨라이스 한 상. 옆에 있는 음료수는 Barley(보리) 음료인데 설탕을 넣으면 식혜와 비슷하고 안 넣으면 숭늉처럼 구수한 맛이다.
계란은 간장에 향신료를 넣고 조린 것.
이건 5월에 왔을 때 먹었던 치킨라이스.
경공업 공장들이 모여있는 아파트형 공장의 구내식당이었다. 지금 사진을 보니 훨씬 더 맛있었던 것 같은 기억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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