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테와 호커센터
어릴 때 펜을 잡고 종이에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어느 날 펜을 잡고 글을 쓰려니 너무 어색해서 글이 잘 써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브런치 스토리는 항상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쓰다 보니 지금 출장지에서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려고 하니 너무 어색한 느낌이 든다.
싱가포르의 대부분의 음식은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베트남이나 타이 같은 동남아 지역에 비해서는 향이 나는 채소를 덜 써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중국에 비해서 튀긴 음식도 적은 편이고, 진한 국물요리라던가 고추 양념이 들어간 음식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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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때 현지인 친구가 여기를 꼭 가야 한다면서 데려갔던 곳이 송파바쿠테였다. 그때도 유명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진 않았었다. 그냥 오픈 시간 내내 항상 사람이 있구나... 정도였던. 그런데 이번에 갔더니 벌써 6, 7년 정도? 연속으로 미슐랭을 받고 있고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던지.
바쿠테는 돼지갈비에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고 끓여낸,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갈비탕에 가까운 음식이다. 무슨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국물을 내올 때 커다란 마늘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사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안 맞기가 어려운 음식 아닌가 싶다. 바쿠테를 먹을 때 국물을 먹어야 하는지 아닌지 한참 한국사람들이 토론 아닌 토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바쿠테의 한자는 '肉骨茶'다. 고기와 뼈를 우려낸 차. 그러므로 국물을 먹을지 말지 논의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어느 가게를 가든 바쿠테를 먹고 있으면 점원이 주전자를 들고 다니면서 뜨거운 육수를 얼마든지 계속 리필해 준다.
바쿠테는 흰쌀밥과 찰떡이고 '요우티아오'라고 하는 중국식 아침 식사에 자주 나오는 튀긴 꽈배기와도 잘 어울린다. 나는 친구와 갈 때는 밥과 요우티아오를 하나씩 시켜서 반반 나눠먹곤 한다. 그 외에 한국 사람들은 잘 먹지 않지만 '간'도 맛있는 편이고 간은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완전히 익혀서, 혹은 반 정도만 익혀서. 야채 반찬은 그냥 그렇다.
호커 센터는 싱가포르 어디에나 있는 저렴한 현지 푸드 코트다. 보통 냉방이 안 되는 뻥 뚫린 필로티 1층에 같은 크기의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아마도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호커센터인 뉴턴호커센터는 이제 현지인들보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가는 곳이 되어버렸지만(하지만 현지인도 꽤 많이 간다!) 대부분의 호커센터는 싱가포르인들의 거주지마다 항상 위치해 있고 오피스 지역에도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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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갔을 때는 여기서는 '깡꽁(Kang Kong)'이라고 부르는 모닝글로리 볶음, 굴 오믈렛, 사테와 꼬막을 시켰다. 싱가포르에서 꼬막을 먹는지는 몰랐는데 주문했더니 익힘 정도까지 물어볼 정도로 흔하게 먹는 음식이다. 싱가포르 북쪽으로 말레이시아와 접하는 곳에 뻘이 있어서 그곳에서 꼬막이 산다고 한다. 싱가포르 굴 오믈렛도 유명한데 싱가포르 굴은 우리나라보다 작고 통통하며 향이 약하다. 아무래도 더운 바다에서 자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모든 음식을 같이 찍은 사진은 없다. 한 접시씩 나오자마자 계속 먹어버려서... 위생 때문에 호커센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야외에서 북적거리며 이것저것 조금씩 시켜 먹는 재미는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만 가능한 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