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해 예술적이라 잘 말하지 않는 편이지만
저는 겨울에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모두들 5월이나 10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겨울의 청명한 공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날씨와 색깔의 변화들을 좋아합니다.
올해 3월에 강릉을 찾았습니다. 수명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솔올미술관’을 보기 위해서였죠. 강릉에는 백색의 건축가라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의 작품이 두 개나 있습니다. ‘씨마크 호텔’과 올초에 개관하여 약 6개월 동안 루치오 폰타나와 아그네스 마틴의 전시를 마친 후 강릉시립미술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솔올미술관’이 그것입니다.
3월 강릉의 날씨는 신비로웠습니다. 한쪽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한편, 다른 한쪽에는 신의 손짓 같은 햇살이 가득했습니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았는데 공기는 촉촉했고 그런 공기 속으로 갑자기 함박눈이 누가 주먹으로 쥐어 뿌리듯 내리더니 하늘이 금방 푸르게 걷혔습니다.
그런 찰나의 아침을 씨마크 호텔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지름 4.3km라는 거대한 경포호는 바다와 아주 얇은 띠의 땅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었지만 바람에 마구 일렁이는 바다와 달리 고요하기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