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브리아 산맥을 닮은 신생 와이너리
스페인 북부,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빌바오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리오하(Rioja) 지역은 스페인의 유명한 와인 산지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시오스(Ysios) 와이너리와 차로 10분 거리에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와이너리가 있으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여기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이시오스 와이너리는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입니다. 아마 와인으로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하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이시오스 와이너리가 유명해진 것은 바로 이 와이너리의 건축 때문입니다.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으로 발렌시아 폴리텍, 이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수학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작품은 공간과 프레임이 가지는 구조적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시오스 와이너리의 설계를 의뢰받고 설계를 시작하기 전 그는 이 지역에 와서 약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머물렀다고 해요. 스페인의 북부는 남부와 굉장히 다른 지형과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스페인의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는 칸타브리아 산맥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동쪽 끝에서는 피레네 산맥과 만나며 스페인의 북부를 약 500km에 거쳐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 칸타브리아 산맥 덕분에 스페인의 북부는 풍부하며 독특한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는 식생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고도에 수량이 풍부한 호수와 하천들을 가지고 있어 수력발전을 통해 북부지역에 공업지대가 형성되는 것에도 기여했습니다.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난 후, 칼라트라바는 현재의 이시오스 와이너리를 설계했습니다. 유려한 물결무늬의 건물은 멀리에서 보면 칸타브리아 산맥 속에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 듯 보이지만 와이너리에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마치 웅장한 칸타브리아 산맥 그 자체를 느끼는 것 같은 감동과 벅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칸타브리아 산맥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건축물이 또 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