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스페인 문화의 중심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대표 도시 빌바오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 세계적으로 3개의 전시관을 가지고 있는데 뉴욕에 있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이태리 베니스에 있는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그리고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것입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설립 당시부터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1.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작품이며
2. 프랭크 게리는 이 미술관을 통해서 오늘날 건축 설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CAD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카티아(CATIA)를 십분 활용하여 그전까지 없던 특별하고 충격적인 건축을 보여주었습니다.
3. 도시의 주요 산업이던 중공업과 조선업의 몰락으로 1980년 이후 쇠퇴해 가던 빌바오라는 도시에 ‘관광’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가지고 온 것도 이 미술관이죠.
중공업과 조선업에서 ‘한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빌바오는 경기의 침체를 겪고 있었지만 사실 빌바오는 오랜 시간 동안 스페인 북부의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스페인 중남부와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발전해 온 곳이었습니다. 바로 아래로 칸타브리아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기에 이베리아 반도가 이슬람의 침략을 받았을 때도 독립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으며, 바로 이 산맥 때문에 스페인 다른 지역과의 교류보다도 오히려 북쪽으로 프랑스, 영국과 교류가 많았던 지역입니다. 이후에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의 교류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죠. 실제로 지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국인 방문객 중 가장 높은 비중은 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재정악화에 대한 타계책으로 분관 설립을 추진하던 1890년대 초, 빌바오는 산업 쇠퇴와 함께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이 크게 범람하는 홍수로 도시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어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던 때였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애초에 도쿄, 오사카, 모스크바, 잘츠부르크 등을 후보에 두고 협상 중이었지만 후보지에 없었던 빌바오시가 도시의 전반적인 재생과 혁신의 계획과 함께 적극적으로 미술관 유치에 나섰고 성공하게 됩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중공업 도시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티타늄 금속으로 마감되었으며, 홍수 이후 강 주변을 중심으로 도시 전반을 재정비하며 다시 부흥을 일궈낸 빌바오의 모습을 마치 네르비온 강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물고기의 모습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 제프 쿤스의 ‘퍼피’, 리처드 세라의 ‘시간의 문제’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