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볼 수 있는 곳
나오시마 옆에는 테시마라는 이름을 가진 또 하나의 섬이 있습니다. 섬의 면적으로는 나오시마보다 크지만 나오시마와는 달리 차량을 싣고 들어가는 페리가 아니라 작은 규모의 보트만이 나오시마의 미야노우라항, 혹은 오카야마의 우노항으로 다니는 인구가 적은 고즈넉한 섬입니다. 이 섬으로 다니는 보트는 하루에 4회 정도가 고작이니, 여러 번 나오시마를 찾아도 테시마까지 방문하려면 정말 굳은 결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이 섬에는 나오시마와 달리 2개의 미술관만이 존재하고, 이 2개의 미술관 모두 ‘체험형’ 미술관입니다. 반드시 이 장소까지 와야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인 것이죠.
그중 하나가 바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작가 나이토 레이가 함께 만든 ‘테시마 미술관’입니다.
니시자와 류에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 사무소 SANAA를 설립한 두 건축가 중 한 명입니다. 프리츠커상, 일본건축협회상, 금사자상 등 유수의 상을 수상하며 일본을 넘어선 세계적인 건축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SANAA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대중과 함께 숨 쉬는 미술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과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의 렁스(Lens) 분관, 미국 뉴욕의 뉴 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등이 있으며 가장 가깝게는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에 도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미야노우라항 선착장 등이 있습니다.
테시마 미술관은 마치 두꺼비집처럼 원만하고 넓게 퍼진 타원형의 건물입니다. 기둥이 없이 펼쳐진 넓은 실내를 구현하기 위해 니시자와 류에는 실제로 어린 시절 두꺼비집을 만들던 것처럼 흙 동산을 쌓은 후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후 아래의 흙을 파내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이 건물(?)에는 뻥 뚫린 2개의 구멍이 있는데 가느다란 실이 매달려 있어 바람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솟아 나와 미묘한 경사를 통해 구르다 서로 만나 더 큰 물방울이 되고 결국은 다시 바닥으로 사라지게 되는 나이토 레이의 작품이 있습니다. 나이토 레이의 작품은 나오시마 이에 프로젝트(Art House Project) 중 ‘긴자’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관을 짓겠다고 섬 주민들을 모아놓고 설명했을 때 의아했지만, 지어진 미술관이 하늘을 향해 커다란 구멍이 2개 뚫린 두꺼비집 같은 하얀 건물이며 그림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테시마 미술관이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무화과밭을 일구고 있는 노부부가 이야기했습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한 오라기의 실, 그리고 바닥을 구르는 물방울을 바라보는 시간. 이것이 테시마 미술관의 작품입니다.
테시마 미술관 내부는 촬영불가입니다. 이에 ArchDaily에 실렸던 Iwan Baan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