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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리씨 Dec 13. 2017

생물학적 자존감 /몸의 신호

노처녀 다이어리 #45


문득 다가온 조기폐경의 걱정.


30대 후반의 무리 씨는 한 번도 걱정해 보거나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인 조기폐경을 언젠가부터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2-3년 전 생리량이 급격히 줄긴 했지만 매달 29일 주기로 나름 규칙적이였기에 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습죠.
그러나 올해 어느 날부터 생리 시작후 하루만에 생리가 끝나면서!
“뭐지???.. 왜 하루만 하는 거지? 그리고 양이 왜 이렇게 민망할 정도로 줄었지???”
문득 몸의 변화에 깜짝 놀란 무리 씨.

그렇게 지겹고 귀찮았던 생리가 하루만 하고 끝이나니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뭐,,, 꼭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는

그런 결심은 없었지만도..

이렇게  눈에 보이게 하루면 땡하고 끝나니

아쉬우면서도 뭔가 ‘이래도 되나..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지 뭡니까.
‘여자로서의?’. 뭐 그런 거에서 뭔가 멀어지는 느낌이랄까..
몇 달째 반복되는 생리주기와 양을 보곤 잘 가지 않던 부인과 병원을 방문한 무리 씨.
‘부인과 진료는 뭔가 편치 않은데...’라고 중얼거리며  
무리 씨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부인과 진료와 상담을 받았습니다.

여의사 - “생리가 불규칙적인 게 더 안 좋은데 그래도 규칙적이라 괜찮아요. 그러나 양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좋은 징후는 아닙니다.”
무리씨 - “아. 네.. 제가 나이에 비해 양이 너무 적고 하루만 하는데 조기 폐경이 될까요?”
여의사 - “그건 몰라요. 하루만 하면서 10년을 하는 사람도 있고 조기 폐경되는 사람도 있어요~.”
“미혼이시죠?”
무리씨 - “네 미혼이에요.”
여의사 - “아이를 낳으실 건가요? 나이가 있으시니 아이를 낳을 거라면 빨리 가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임신을 할 생각이 없다면 문제가 안되구요. 아이를 가질 예정이면 아무래도 임신 확률은 떨어지겠죠?”
무리씨 - “아. 그렇군요. 아이를 가질 건지 안 가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군요..”
 “혹시 처방? 같은거 있을까요?”
여의사 - “음.. 처방은 딱히 없구요.. 뭐 비타민정도? 혹 호르몬 검사를 원하시면 생리 중에 오셔서 검사받으세요.”
무리씨 - “네 알겠습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무리 씨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구나..

생물학적으로의 시간은 정해져 있는 거였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남의 일이라 생각했지 나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아직 상상을 하지 못했었는데...”


무리 씨는 뭔가 생물학적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 몸은 머리보다 정직하구나...

시간의 상태를 몸은 대놓고 말해주니 말이야.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초음파로 확인하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구만.”
무리 씨 나이 곧 마흔이긴 하지만도 이건 좀 이른 듯싶습니다.
결혼은 둘째치고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더 중요해진 무리 씨!
이젠 그녀에겐 미룰 수 없는 생각과 선택의 시간이 시작된 것 같군요.
결혼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 무리 씨이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생각해 온 그녀는 생물학적 시간의 한계에서 2세의 유무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음. 무리씨와 같은 노처녀는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거겠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조기폐경 예방에 좋은 것들을 검색하다가

연관검색어에 불임, 출산, 임신, 자연분만 이런단어들을 보며 인체의 신비로움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물학적 내용을 읽어도 난자와 정자, 수정, 세포와 분열, 생명의 탄생, 너무 신기한 거 같아~

생명체라는 것은, 세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신기해.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이라는 것은 설명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구나. 또한 여성의 생물학적 몸의 구조도 신비롭구나. 내 몸 또한 말이지....”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폐경 선고를 받은 거 같은 무리 씨에겐 아는 내용들도 다시 새롭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아이를 가져야 하나....’ 하고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하게 되니
‘아이를 가지면 결혼은 해야 하겠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결혼.. 아이... 아님 혼자... 고민이네요. 남은 숙제가 많은 듯한 느낌입니다.


혼자여도 좋은 무리 씨였는데
생물학적 나이에 대해, 아이에 대해,
결혼에 대해,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예기간은 폐경전!. 이겠죠.
에휴 휴~~
‘귀찮았던 생리가 이렇게 아쉬워 질 줄이야!’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고민은 계속 생기네요.
40대가 되면
어떤 생물학적 고민을 하게 될까요?





이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다간 이제 알았냐며 핀잔을 듣겠죠?ㅡㅡ;;

‘그치만 알고 있던거였지만. 결혼은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도 아이는 한번 더 고민하게 되네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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