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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Jan 30. 2018

내 이름을 불러줘, 문영

겨울에 보기 좋은 독립영화 <문영>  



문영에게는 집 나간 엄마와 늘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는 아버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녀의 눈빛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반항으로 가득 차있다. 문영은 집 나간 엄마를 찾기 위해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며 무작정 사람들을 찍는다.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피해 집을 박차고 나온 날,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여자를 발견한다. 문영은 자신도 모르게 캠코더를 꺼내 옛 애인을 붙들고 우는 그 여자를 촬영한다. 가까이, 더 가까이 우는 그녀에게 다가가다 문영은 그 상황을 들켜버리고 만다. 그녀의 이름은 희수, 희수는 도망 가려는 문영을 쫓아 자신이 촬영된 영상을 DVD로 구워 집으로 가져오게 한다.


영화 <문영> 스틸 이미지


자신의 우는 모습이 촬영된 영상을 보는 희수의 눈빛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자신의 집 문을 박차고 나가는 문영을 따라나선다. 희수가 문영에게 묻는다. "넌 이름이 뭐야?" 말을 할 수 없는 문영에게 희수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넨다. 김문영. 스마트폰에 써내린 그 이름을 희수가 크게 부른다. "김문영, 문영이!"

당차고 따뜻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희수에게 문영은 마음을 연다. 희수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문영 역시 가족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없었다. 그들은 외로웠고, 사랑이 필요했고, 그래서 서로가 필요했다.


영화 <문영> 스틸 이미지


문영은 이제 자신의 카메라에 희수를 담는다. 해맑게 웃고, 담배를 태우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녀를. 영화배우가 꿈이었다던 그녀를. 그들은 점점 더 서로의 상처에 가까워진다.


2017년 이맘때쯤 개봉한 독립영화 문영, 넷플릭스에서 잔잔하게 스미는 영화를 찾다가 발견했다. 문영과 희수의 눈빛이 참 인상 깊었다. 티 없이 맑고, 미성숙한 존재들의 눈빛이랄까. 희수가 문영에게 헤어진 애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서 "야 이거 웃긴 얘기야~"라며 마구 웃는데, 그 웃음이 꼭 눈물 대신 같아 짠했다. 그들은 분명 결여되어있었고, 그래서 이 두 여자의 유대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 한번 따뜻하게 불러주는 이 없는 이 세상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문영아 그래도 잘 살아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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