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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Oct 17. 2017

아이는 부모를 따라 책장을 펼친다.

#당신이 자녀에게 책을 권할 때.

                                                                                                                                                                                                                                              

책을 가까이 하게 되는 계기는 저마다 다양합니다. 새해 결심의 일환으로, 주변의 권유로,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심심해서, 자기계발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등등……. 무수히 많은 계기로 사람들은 책과 가까워지고, 또 멀어집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쭉 책을 읽어왔거나, 부모가 되면서부터 아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된 사람들이 특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아이일 땐 나의 부모님을 보고서, 내가 부모일 땐 내 아이가 보게 하기 위해서 책을 가까이 하게 되는 거지요.

문득 얼마 전 대화를 나눴던 어머니 한 분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을 양육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자녀들에게 책을 효율적으로 읽힐 수 있는지를 물어왔습니다.

사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부모라면 자녀에게 책을 권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이미 집안 곳곳에 책이 꽂혀 있고, 자녀들은 자연스레 그 책들을 보며 자라왔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부모가 책을 즐겨 읽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책을 권하는 부모에게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됩니다(단, 지나치게 권위적인 부모가 아니라면).


자녀와 함께 펼치는 책장


어린 자녀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차츰 성장해가며 부모가 아닌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곳(학교, 학원, 직장)의 영향을 조금씩 더 받지만, 아직 청소년기 혹은 성장기에 있는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받는 영향의 비중이 더 크며, 보통 이 시기에 아이들은 고유의 인성과 인격을 형성해갑니다. 따라서 자녀에게 책을 권하려는 부모는 먼저 스스로 책을 자주 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꼭 장기적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기적인 변화라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그러한 시도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억지로라도 일상 속에서 책을 자주 집어 들고 자녀에게 그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범독서를 할 때에는 중간중간에 포스트잇을 적절히 활용해가며 생활하는 공간 한두 곳에 인상적인 문구들을 써서 붙여놓으면 더 좋습니다. 스스로는 그 문구를 다시 마음에 새기고, 자녀는 그 글귀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 함께 읽어보지 않을래?


만약 자녀가 부모의 이런 모습에 먼저 호기심을 보이게 된다면, 이미 반 이상은 성공한 셈입니다. 이때 자녀 수준에 맞는 쉽고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내민다면 대부분의 자녀는 그 책을 집어 들게 될 테니까요. 물론 그럼에도 자녀가 여전히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해도 이런 설득이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엄마(아빠)가 몇 달(몇 년) 동안 책을 꾸준히 읽어봤는데 참 좋더라. 우리 같이 읽어보지 않을래?”
사람 심리가 그렇습니다. 하려고 했던 일도 누가 시키면 괜히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기보다는 명령을 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명령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명령하는 편이 유도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쉽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강요가 아닌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부모의 몫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분야에 대해 내가 먼저 정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에게 책을 권유하는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강요가 아닌 권유. YES라는 단어는 자녀에게 맡겨주고, 부모는 그 YES가 나올 수 있는 상황(situation)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노련한 부모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부모와 같이 하는 걸 좋아합니다. 꼭 부모와 나란히 붙어서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그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이루어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공동 목표 속에서 아이는 성장합니다. 목표라는 건 무언가에 대한 성취이자 배움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 목표가 독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그 공동 목표 속에서 나와 자녀는 함께 한 걸음씩 성장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나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일보 전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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