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유튜브에 출연해서 악플을 받아봤다
악플, 악성댓글을 흔히 일컫는 말로 특정 대상을 아무런 이유 없이 온라인상에서 댓글로 인신공격하는 형태를 지칭한다.
이런 악플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이 있지만, 소수의 구독자들만 있는 상황이고(구독자님들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악플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규모가 꽤 있는 유튜브 채널에서 섭외요청이 왔고, 감사하게도 내 책 <옥시모론>을 읽어보시고 책 속의 나만의 인사이트가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해주셨다. 열심히 써서 낸 책이었지만, 인지도가 낮아 고심하던 중에 작가로서의 나와 내 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물론,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다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관련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그 채널에 나가도 될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고, 여러 번의 고심 끝에 "그냥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출연을 결심했다. 해당 채널의 PD님은 "그냥 편하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밌고 가볍게 해 주시면 돼요"라고 요청했고, 이에 맞춰서 최대한 재밌는 강연의 형식으로 준비해서 촬영장으로 향했다. 지방에서 SRT를 타고 올라와서 꽤나 긴 시간을 녹화했지만, 편안한 녹화 분위기 덕에 처음 촬영치고는 괜찮게 마무리했다.
영상 업로드가 언제 될지는 모른다고 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업로드 알림이 떴다.
"잘 나왔을까? 편집은 잘 된 건가? 이상하진 않겠지?"라는 생각에 기대반 설렘반으로 영상을 클릭한 순간,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악플이었다.
악플의 유형은 다양했다. 고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피력하는 척하지만 결국 그들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은 "미국에서 고작 4년밖에 안 산 네가 뭔데, 거기 나와서 네 생각을 떠들고 있냐?"라는 것이다.
"고작 4년밖에 안 살아본 주제에 미국을 아는 것처럼 과장되게 행동한다"
"너만의 고정관념(stereotype)을 왜 여기 와서 주입하느냐?"
"개인 의견을 영상으로 올려서 아는 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등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의견들을 주셨다. 아니면 놀랍게도 외모 비하를 하면서 "늙은 동양인 여성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라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그들의 말이 아예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말대로 난 미국에서 고작 4년밖에 안 산 사람이고, 내가 살았던 환경에 국한돼서 경험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옥시모론이라는 책을 썼다. 애초에 유튜브 채널 섭외 시에 내가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견해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을 받아서 그에 맞게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모든 것들이 거슬렸던 악플러들은 "고작 4년 산 주제에 감히 네가 미국을 평가해? 건방진 것! "이라며 내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난생처음 악플을 받아 본 나는 궁금했다. "내 말투나 행동이 싸가지가 없었나?"라며 나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기분이 안 좋아지면서, 영상을 보기 싫어졌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니 내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악플러들이 관심을 가장한 근거 없는 비난을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 나온 내게 쏟아냈을 뿐이다. 그들의 악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남에 대한 비방과 비난만 있지, 왜 본인의 주장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본인들이야말로 그냥 자기 생각에 혹은 감으로 악플을 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악플을 보다 보면 성급한 일반화는 기본이며, 어떻게 하라고 훈계까지 하는 악플도 있다. 비록 셀렙은 아니지만, 언론에 나오는 유명인사들이 왜 악플로 고소를 하고 심하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는지에 대해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악플을 처음 받아봐서 그런지 왜 악플을 다는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생겼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클 때, 그런 악플을 주로 단다고 한다. 한마디로 "저렇게 못생긴 얘도 작가랍시고 나와서 저렇게 떠들고 있는데, 왜 나는 이러고 있어야 하는데?"라는 마인드라는 것이다. 물론 내 영상에 악플을 단 사람들이 모두 다 저런 심정으로 단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악플러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상과 생활에 만족을 못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익명성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남을 이유 없이 비난하고 비방하거나 심지어 훈계까지 하면서, 자신이 마치 무엇이라도 된냥 뒤틀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난생처음 받아본 악플에 그래도 내 영상이 꽤 인기가 있어서(?), 이런 경험도 해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내 영상이 떡상(?)의 조짐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현재는 제작사에 이런 악플들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얼마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런 악플들을 정성스럽게 수정(?)까지 해서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는지 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내 의견에 다 동의할 필요도 없고, 내 의견이 다 옳을 수도 없다.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가 많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거슬리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정성 들여서 악플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넘치는 그 에너지가 부럽기까지 하다. 이런 정석적인(?) 악플을 받아보니 기분은 나빴지만, 오히려 내 영상이 그만큼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생각에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안티가 사실상 가장 골수팬이나 마찬가지라는데, 나에 대한 관심을 저리도 많이 가져주니 고마워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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