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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 되냐는 말

효율과 최적화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by 반전토끼


작가면 얼마나 벌어?
최근에 낸 책은 얼마나 팔렸어?




몇 권의 책을 내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내게 사람들이 으레 물어보는 질문이다.

과거의 나는 효율성과 최적화에 집중했다. 소위 인풋(투입자원)에 비해 아웃풋(산출자원)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모든 결정은 이러한 효율성과 최적화에 기반했다. 이러한 전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효율적인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꼭 있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는 작가라는 직업을 꿈꿨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 나이지만 혼자 나무를 바라보며 시를 짓기도 했고, 초등학교 때까지는 장래희망에 작가 라고 매 학년 써서 학교에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세상을 점점 알게 되고 머리가 크게 되면서 작가라는 직업은 내게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었다. 돈도 못 버는 것 같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생산성 없는 일만 하는 외골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름 글솜씨도 있었고 글을 통해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어린 나이에도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작가는 그저 한때 어린 시절의 꿈으로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20년 남짓의 세월을 돌고 돌아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본의 아니게 시작하게 됐지만, 어쩔 때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어디 가서 작가라고는 이야기하는데, 그렇다고 그럴싸한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끊임없이 작가로서의 나와 내 작품들을 알리기 위해 차기작 원고를 쓰고 있다. 뉴미디어가 범람하고 활자보다는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서 책을 쓰는 작가를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시대를 거스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회사생활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차기작을 쓰면서 도전해 보고, 거절당하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효율성도 떨어지고 돈도 그닥 되는 것 같지 않아 힘이 빠지기 일쑤다. 말 그대로 뭐 하나 터질 때까지 계속, 끊임없이 써야 하는, 어찌 보면 가장 비효율적인 직업이 작가라는 직업 같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게까지 자리를 내주어야 할 판이라서, 그때가 온다면 인공지능에게 시원하게 작가의 자리를 양보하고 떠나야겠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기술 속에 살고 있는 내게 글을 쓰며 작가라는 업을 이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형태가 진화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라디오가 나왔을 때 신문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었고, 비디오가 나왔을 때 라디오 시대의 종말을 고한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나온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모든 게 빨리 흘러가는 시대일수록 나의 본질이라는 손잡이를 꽉 잡고 있어야 한다. 여느 사람들이 보기에 인공지능이 논문도 써주고, 소설도 써주는 시대에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고수하고 있는 것이 미련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로서 버는 수입도 어디 가서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평생의 업을 가꾼다고 생각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모든 것이 효율과 최적화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하나인 내게 주변사람들에게는 그냥 걱정 없이 사는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돈도 별로 되지도 않는 것을 꾸역꾸역 붙잡고 하고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될 테니 말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 어디 가서 작가라고 나 자신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 다닐 때의 연봉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맛(?)에 글을 계속 쓰고, 책을 내면서,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나가는 것 같다. 생각보다 효율과 최적화에서 벗어난 다소 한량 같은 삶은 경제적으로는 조금 부족할지는 몰라도 직업적으로는 큰 만족감을 준다. 그래도 작가로서 내 책이 널리 알려지고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돈도 별로 안되고 가성비는 떨어지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가심비만큼은 최상인 직업이 작가가 아닐까 싶다.









헤더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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