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었지만 서울 국제 도서전에 대한 감상과 요즘의 독서 트렌드
2025년 6월, 올해도 역시 서울 국제 도서전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나도 올해는 국제 도서전에 가고 싶었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데다가 예매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국제 도서전에 갔다 온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우연히 봤는데, 사람이 미어터지다 못해 지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왜 출판업계는 힘들다고 아우성이며 대부분의 책 판매율은 저조한 걸까? 물론 내 책이 안 팔려서 그런 거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독서에 대한 개념과 독서법이 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의 독서의 주요 목적은 '지식 습득'이었다.
책만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였기 때문에 독서를 많이 한 사람만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책 말고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미디어들이 너무 많아서 정보 과잉의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책은 지식 혹은 정보 습득의 목적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에 걸쳐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어찌 보면 굉장히 구닥다리의 도구이다.
유튜브도 길어서 쇼츠가 나오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모든 정보가 나오는 시대인데 몇 시간에 걸쳐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현대인들에게는 극강의 비효율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이렇게 책 안 읽는 시대에 책을 읽는 젊은 세대(20-40대)는 왜 독서를 하는 걸까?
솔직히 나의 경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다 경험해 본 세대라서 책에 대한 이상한 아날로그적인 향수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세대(특히 20대)의 경우,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책과 굿즈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풀어줬던 것이 유튜브 생활변화관측소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 의하면, 요즘 젊은 세대가 지향하는 독서 트렌드는 다양한 독서 경험, 함께 하는 독서, 내 방식으로 책 읽기라고 한다. 작가로서 북스타그램과 북튜버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SNS를 하다 보면 이러한 트렌드를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내 책을 입고시킨 독립서점들도 대부분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이런 것들이 독서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독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팬덤 독서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읽었던 책이라고 하면 같이 따라 읽는 문화라고 하는데, 팬덤과 독서의 조합이라, 꽤 신선한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인데, 대표적으로는 병렬 독서와 모자이크 독서 방식이 있다고 한다. 병렬 독서는 여러 권의 책을 조금씩, 함께 읽어나가는 방식이며, 모자이크 독서는 여러 분야의 책을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독서 방식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텍스트 힙 (Text-Hip, 책을 선택하고 읽는 과정 및 감상을 개성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 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 및 독자로서 이러한 독서 트렌드가 흥미롭게 다가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독자들과 소통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작가니까 당연히 책의 퀄리티도 전반적으로 좋아야겠지만, 차기작을 냈을 때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책을 내면서 텀블벅 펀딩을 하면서 굿즈도 제공해 봤고, 여러 가지 마케팅을 해봤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차기작의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 봐야겠다.
이러한 독서 트렌드가 오히려 출판시장과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해 줄 수도 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로 인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책은 단순히 지식 습득의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만의 방식대로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대한 흥미를 붙인다면, 이것만으로도 출판시장의 생태계에 큰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 요즘 나도 종이책이 지루해지면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창문 밖을 보며 멍을 때리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나만의 유희적 독서법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책을 많이 안 읽는 시대이지만, 과시용 독서라고 하더라고 이러한 독서 트렌드가 작가이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추진력이 되길 바란다.
<이 글과 같이 보면 좋은 영상>
https://youtu.be/VsqZbYRZ2SE?si=0Fpod_c27Kotguqg
헤더 이미지 @사진: Unsplash의Jason Brisc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