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둥둥둥~위위윙~~~~.”
익숙하지 않은 소리가 다혜의 날카로운 신경을 찢는다. “아, 씨 뭐야! 미친 거 아니냐고!, 지금이 몇 시인데, 새벽 1시가 넘었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친다. 옆에 누워 있던 민훈이 다혜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덜 깬 걸쭉한 목소리로 말한다. “설마 세탁기 소리겠어, 화장실 환풍기 소리인 것 같은데, 출근해야 하니까 신경 쓰지 말고 자.” 민훈의 말을 듣자마자 다혜는 매섭게 쏘아붙이며 “아니,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고, 새벽마다 저 그지 같은 소리 때문에 잠 깨서 맨날 이 난리 부르스를 치잖아! 진짜 이러다가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아!”라고 방이 울리도록 외친다. 다혜의 상기된 얼굴을 본 민훈은 아이 다루듯 어르며 “그니까 일단 출근해야 하니까 잠을 자야지, 화내지 말고, 응?” 그의 따뜻한 말에 못 이기는 척 다혜는 “알았어!”라고 하며 퉁명스럽게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힌다.
“둥둥둥~위위윙~~~~.”
새벽이 어슴푸레하게 올 때쯤 불청객 같은 소음이 또다시 다혜의 귓가를 찌른다. “아, 씨 또 뭔데, 몇 시야?”라는 다혜의 말에 잠이 깬 민훈이 “6시 좀 안된 것 같은데, 어차피 출근하려면 우리 이 시간쯤 일어나잖아. 그냥 미라클 모닝한다고 생각하고 일어나자 그만”이라고 말하며 다혜의 마음을 달래려고 애쓴다. 다혜는 체념하듯 “진짜, 회사 다니는 것도 힘든데, 집에서까지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야 해? 내 집 장만해서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라고 푸념한다. 그러자 민훈은 “아이고, 우리 말고도 요즘 신축 아파트들이나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층간소음 다 있대잖아, 얼마 전인가, 뉴스에서 강남에 100억짜리 아파트도 층간 소음 갈등 때문에 난리 났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구. 아파트 살면 이런 소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라며 풀 죽어있는 다혜를 위로한다. “알았어.” 그녀는 마지못해 민훈의 말에 대답한다.
간밤에 세탁기 소리 때문에 언제 툴툴거렸나 싶을 정도로 침대에서 일어난 다혜는 지난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민훈과 함께 간편한 건강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샤워를 한 후 화장대에 앉은 그녀는 이제 정말 잘 나가는 대기업의 유능한 팀장으로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난 15년간 한결같이 출근 준비를 했지만, 하루하루가 늘 새롭다. 드레스룸을 열어 어제 미리 준비해 둔 깔끔하고 각이 잡힌 정장을 꺼내 입는다. 옷을 입은 후에는 우아하면서도 도시적인 분위기의 메이크업을 한다. 화장을 마치고 거울을 보며, “그래, 오늘 하루도 멋지게 후회 없이 살자, 박다혜 파이팅!”이라고 속으로 되뇐다. “다혜야 준비 다 했지?, 같이 나가자!”라며 민훈이 다혜의 출근을 재촉한다. “알았어, 오빠!” 큰 소리로 대답하면서 다혜도 민훈을 따라 다급하게 현관문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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