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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층간소음 03화

1301호

1부

by 반전토끼




“일어나, 오시우! 얼른 준비하고 어린이집 가야지. 지금 일어나야 어린이집 차 탈 수 있어!”

“아아앙, 졸려! 졸리단 말이야! 어제도 ‘우웅’하는 로보트 소리 나서 코 못 잤는데.”


아침부터 수아와 시우의 전쟁이 시작된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똥고집이야, 알았어. 어린이집 잘 갔다 오면 엄마가 시우 좋아하는 장난감, 어린이날에 사줄게! 대신 앞으로 일찍 일어나서 떼 안 쓰고 어린이집 버스 타고 가야 해!” 원하는 장난감을 사준다는 수아의 말에 시우는 군말 없이 “네, 엄마!”라며 해맑게 웃는다. 아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자 언제 씨름했냐는 듯 수아의 마음이 눈녹 듯 풀리며,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서두른다. 현관문을 급하게 철커덕 열고 엘리베이터를 빠르게 타고 내려가면서 고양이 발바닥처럼 작고 앙증맞은 아들의 손을 꼭 잡는다. 서로의 손을 맞잡은 모자는 등원 버스 정류장을 향해 약간 헐떡거릴 정도로 숨이 찰 만큼 뛰어간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수아는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하며 “휴우, 다행이다. 오늘은 10분 전에 왔네. 수고했어! 시우!”라고 말하며 시우를 향해 찡긋 미소 짓는다. 얼마쯤 지났을까? 어린이집 버스가 제시간에 맞춰서 왔다. 수아는 시우를 태우면서 선생님과 인사하고, 늘 그렇듯 아들이 안전하게 잘 탔는지 확인하면서 연신 손을 흔들어 준다.




시우를 배웅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보니 저 멀리서 엄마와 딸로 보이는 한 무리가 정류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중에 엄마로 보이는 한 여자가 버스가 떠나는 것을 보고 “저기, 저기, 잠깐만요!! 아 놓쳤네.”라며 체념하듯 아이의 손을 잡고 길에서 멈춰 섰다. 안면은 없지만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같다는 생각에 수아가 그 여자에게 다가간다. “햇살 어린이집 학부모세요? 저도 학부모인데, 지난달부터 차 시간이 바뀌어서 10분 정도 일찍 와야 하거든요. 옛날 시간표대로 오신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그녀를 위로한다. 하지만 그 여자는 되려 “저도 알거든요. 오늘 한 번 늦은거구요. 남의 일에 참견 마시고 본인 일이나 신경 쓰세요. 오지랖 되게 넓네!”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당황한 수아는 “어머머, 저는 그런 뜻으로 한 거 아니에요. 버스 놓치신 거 같아서 정보를 알려줬는데, 그게 뭐 잘못인가요?”라며 휙 뒤돌아서 자신의 아파트 동 방향으로 매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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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아키비스트 | 노마드 같은 삶을 기록하며, 사회의 흐름을 날카롭게 읽고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반전토끼로는 글을, 북끼리로는 책과 삶을 영상으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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