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누구... 세요?”라는 말과 함께 문을 연 사람은 다혜였다.
다혜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수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사람의 공기 속에 어색한 침묵이 몇 초간 흘렀다. 이 상황을 빨리 모면해야겠다고 생각한 수아는 애써 밝은 척을 하며 “안녕하세요. 옆집이에요, 1301호. 밤늦게까지 소음을 내셔서 저희 집이 피해를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중하게 소음 자제 부탁드리려고 편지랑 초콜릿 드리려구요”라고 말한다. 수아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1301호, 아 그 집, 올 게 왔네!’라며 공격적으로 대답할 준비를 한다. “아, 1301 호세요. 아파트 커뮤니티에 우리 집이 소음 낸다고 글 쓰신 그분이구나. 한번 뵙고 싶었어요.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렇게 사람 매도하는 분이 누구신지. 다혜의 날이 선 말에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은 수아는 “네? 매도라뇨. 사실 없는 내용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전 지금 최대한 이웃으로서 예의를 다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 집이 소음 내는 집이라는 거 뻔히 아는데, 그래도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거라구요!”라며 다혜의 말을 반박한다.
수아의 말을 듣자마자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 다혜는 그녀와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옆집 이웃의 너무 태연한 표정과 말투에 급작스럽게 당황한 다혜의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아무튼 우리 집은 소음 내는 집이 아니구요. 우리 집도 세탁기 소음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집에 마음대로 찾아오지도 마시고, 아파트 커뮤니티에 한 번 더 그런 글 올렸다가는 법적 대응할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전 원래 초콜릿 같은 거 안 먹으니까, 편지랑 초콜릿도 가져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1302호의 문이 수아의 눈앞에서 ‘쾅’하고 닫혔다. 다혜의 말과 행동이 모욕적이라고 느꼈던 수아는 속으로 ‘어머 놀래라, 세상에는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요즘 유튜브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이 이웃이라니,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집에 들어간다.
문을 닫고 나서 거실로 돌아온 다혜는 “오늘 나답지 않게 왜 이러지? 아까 그 여자가 말했을 때, 끝까지 따져 물었어야 되는데. 아니, 가해자인데 너무 태연하니까... 당황해서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네. 오랜만에 연차 내고 여유롭게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별 이상한 여자 때문에 기분만 더러워졌어”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푸념한다. 그리고 조금 전, 수아와의 대화를 곱씹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뭐? 없는 내용 쓴 거는 아니야? 이웃으로서의 예의? 어~, 그래서 그렇게 상식적이고 예의 바르신 분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커뮤니티에다가 남 매도하는 글이나 쓰셨어요. 호랑이가 강아지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앉았네!” 이런 혼잣말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다혜는 노트북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아파트 근처 단골 카페로 향한다. 평소 직장이나 일상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그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은 진한 아메리카노에 달달한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진하고 향긋한 커피 냄새와 디저트를 굽는 달달한 냄새가 다혜의 코끝을 찌른다. ‘으음, 이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 하기 괜찮은 자리를 재빠르게 스캔한다. 평일 오후 한적한 시간이라 그런지, 평소에 다혜가 앉던 자리도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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