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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층간소음 07화

증오

1부

by 반전토끼




퇴근길에 본 섬뜩한 광경에 다혜는 멍한 표정으로 아파트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가 오자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타고 내려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은 그녀는 ‘뭐야, 진짜 윗집인가? 자살시도라니... 무서워가지고 사람 살겠어? 그럼, 어제 그 소리가... 영화네, 영화야’라며 윗집 상황에 대해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다.





“삐비비빅, 띠리링.”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다혜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반가운 기색으로 “어? 오빠 일찍 왔네?”라며 민훈을 반긴다. 이에 민훈은 “어, 오늘 출장 두 군데 가야 하는데, 한 곳이 취소돼서 그냥 거기서 바로 퇴근했어”라고 웃으며 말한다. 민훈의 갑작스러운 이른 퇴근에 기분이 좋아진 다혜는 “잘했어, 오늘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라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이리저리 열어본다. “앗, 오늘은 이거다! 추우니까 스팸 김치찌개!!”라고 외치며, 스마트폰으로 레시피를 확인하고 재료를 손질한다. “짜잔, 추운 날 땡기는 스팸 김치찌개야, 오빠! 어서 와서 먹어!”라고 말하며 민훈을 부른다. 쏜살같이 식탁으로 온 민훈은 “오, 간만에 실력 발휘했네, 잘 먹을게!!”라며 시장한 듯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던 중에 다혜는 무언가 궁금한 듯 조심스럽게 민훈에게 물어본다. “오빠, 혹시 오다가 경찰차나 구급차 봤어?” 이에 민훈은 “응, 있더라고. 근데 경찰이 어떤 남자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같고, 구급차는 병원으로 가는 것 같았어”라고 대답한다. 다혜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민훈에게 말한다. “사실... 나도 퇴근하다가 사람들 이야기 들은 건데. 그 집이 우리 윗집인가 봐. 근데, 그 집 여자가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했다고 하더라고. 안 그래도 어제 연차라 집에 있었는데, 어디선가 여자 울음소리에 세탁기 소리, 거기다가 이상한 굉음 같은 소리도 났거든. 낮이라 그냥 넘어갔었는데, 왠지 그 소음이 윗집 같아서...” 다혜의 말을 듣고 다소 놀란 민훈은 “하, 정말? 그 집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아는 척하지 마. 괜히 그런 이야기하고 다니면, 경찰이 조사하러 올 수도 있고... 번거롭잖아”라고 말하면서 저녁 먹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 윗집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괜히 입방정 떨지 말아야겠다”라고 말하며 다혜 역시도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던 그날에도 1302호에는 따뜻한 스팸 김치찌개처럼 온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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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아키비스트 | 노마드 같은 삶을 기록하며, 사회의 흐름을 날카롭게 읽고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반전토끼로는 글을, 북끼리로는 책과 삶을 영상으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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