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화가 난 남자는 침대로 가서 “야, 최혜진! 네가 제정신이야? 얘 밥도 굶기고... 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데!!”라고 여자에게 따지듯 묻는다. 남자의 말에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도 할 말이 많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왜, 김진모!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꼴로 사는데!!”라며 되려 남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예상하지 못한 여자의 성난 말투에 남자는 “그럼 나는? 밖에 나가서 개 같이 돈 벌고, 맨날 네가 자살한다고 쇼해서 그 뒤치다꺼리하는 나는!! 안 그래도 너 때문에 오늘 경찰이 오라고 해서 경찰서도 갔다 왔고, 집주인도 전세금 올려달라고 연락 왔어. 가뜩이나 너 아니어도 나 힘들게 하는 사람 많거든, 제발 정신 좀 차려!”라고 외치며 그동안의 울분을 토해낸다.
가슴을 후벼 파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그때, 대학 때, 널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다. 알았어, 그냥 내가 죽으면 되는 거잖아. 네 눈앞에서 사라져 줄게!”라는 말과 함께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남자는 늘 있는 일처럼 한숨을 쉬며 치킨을 먹고 있는 딸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야심한 새벽, 1402호의 그 여자, 혜진이 세탁실 간이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이름 모를 이의 옷 냄새를 맡고 있다. “미안해... 그때 나 때문에... 나 벌 받나 봐... 말 안 들어서. 나도 이제 다 정리하고 옆으로 가고 싶다”라는 혼잣말과 함께 숨죽이며 흐느끼고 있다.
그다음 날 아침, 모처럼 긴 휴가를 낸 다혜는 출근하는 민훈을 배웅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아침부터 분리수거하려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우연히 옆집 이웃인 수아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기회는 지금이라고 생각했던 다혜는 수아에게 “잘 지내셨죠? 요즘 소음은 어때요?”라고 물어본다. 다혜의 질문에 수아는 “아 그럼요. 어휴, 예전에 한 일주일인가 그때는 잠잠했어요. 근데 그 이후부터는 예전이랑 똑같아요”라고 근심 어리게 대답한다. 수아의 말을 들은 다혜는 의기양양하게 “그쵸!! 우리 집 소음 패턴하고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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