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층간소음 14화

미궁

2부

by 반전토끼









그렇게 다혜는 오래간만에 따뜻함과 훈훈함으로 가득 찬 마음을 안고 퇴근해서 여느 날처럼 “삐비빅”소리와 함께 도어락을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서프라이즈, 오늘은 치맥 파티입니다!!” 민훈이 다혜를 보며 야심 차게 외친다.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는 민훈을 보며 다혜는 장난스럽게 “왜 그래? 뭐 고백할 거 있는 거야? 새삼스럽게 뭘 이런 걸 다 준비하셨어요?”라며 내심 좋은 듯 웃으며 말한다. 이에 민훈은 “아니, 우리 다혜 층간소음 빌런에 메모 빌런까지 잡느라 수고 많았잖아! 나중에 그 빌런 이웃 사정 알고 인간적으로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는 거 보고, 내 와이프지만 너무 멋지더라, 대인배지. 크으, 아무리 생각해도 간지작살이다, 우리 와이프! 그 기념해서 조촐하게 치맥 준비했어”라며 다혜에게 씽긋 웃어 보인다.





따듯하지만 귀여운 남편의 말에 웃음이 터진 그녀는 “그래, 우리 오빠밖에 없네. 고마워! 얼른 씻고 오늘 그냥 시원하게 한 잔 하자!”라며 욕실로 향한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다혜의 앞에는 치킨과 맥주와 함께 푸짐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다혜와 민훈은 “짠~, 수고했어요”라며 맥주잔을 부딪치는데, 이어서 “청. 바. 지!”라며 민훈이 구호처럼 외친다. 민훈의 구호에 다혜는 질색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 오빠, 무슨 상무님하고 회식할 때 하는 건배사를 왜 여기서... 트라우마 생길 것 같으니까, 그만!”이라며 말한다. 이에 민훈은 자신의 장난이 통한 듯 크게 웃으며 “왜? 난 좋던데. 청. 바. 지,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좋잖아, 우리도 지금이 가장 젊으니까, 같이 잘살아 보자고!”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다혜의 맥주잔과 건배한다. 다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우리 오빠 완전 아재 다 되셨네! 그래, 우리 화이팅이다!”라며 시원하고 톡 쏘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다.





그리고는 다혜는 지난 일을 회상하듯 “참... 내가 층간소음하고 메모 빌런 잡으러 다니다가 그 빌런하고 브런치 멤버가 될 줄이야... 사람 일 알다가도 모르는 거야, 그지?”라며 어이없지만 재밌다는 듯 피식 웃는다. 다혜의 물음에 민훈은 “요즘은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도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고, 조금이라도 소음을 내거나 폐를 끼치면 법적대응하거나 아니면 칼부림 나거나 위협하는 그런 시대니까. 아마 사람들이 다 힘들어서 그런 것 같아. 예전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지긴 했는데 정신적으로는 상대방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느낌이랄까. 각박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래도 사실 알고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한데 말이지”라며 씁쓸한 표정과 함께 맥주 한 모금 들이켠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반전토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소셜 아키비스트 | 노마드 같은 삶을 기록하며, 사회의 흐름을 날카롭게 읽고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반전토끼로는 글을, 북끼리로는 책과 삶을 영상으로 나눕니다.

67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