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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역별 여행 가이드 2부

맨해튼 업타운, 미드타운, 다운타운 비교

by 만꺼

맨해튼에 대해 설명할 때 ‘세계의 중심’이라는 표현은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 전체에 고층 빌딩과 수준급의 문화시설, 다양한 컨셉의 가게들이 층층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로, 혹은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리의 풍경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맨해튼 여행에서 ‘계획 없이 걷기’는 초행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다. 정확히는 정처 없이 걷기를 의도했다면 맨해튼만큼 재미있는 동네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자신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걷는 거리만 하루 2~3만 보에 이르고, 중간중간 지하철을 잘못 타면 시간이 크게 지체하게 되어 쉽게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여행을 계획할 때는 인접한 여행지끼리 몰아서 일정을 짜는 편이 좋은데, 맨해튼은 업타운(Uptown), 미드타운(Midtown), 다운타운(Downtown)으로 나눠 접근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왜 그럴까? 이 세 구역은 단순한 지리적 구분이 아니라, 여행 목적이나 기능이 뚜렷이 달라지는 성격을 지닌다. 조용한 산책과 미술관을 원한다면 업타운, ‘뉴욕 스러운’ 풍경과 랜드마크를 원한다면 미드타운, 다채로운 문화와 도시의 뿌리를 탐험하고 싶다면 다운타운이 제격이다.


지하철 노선 역시 한국에서는 ‘수서행’이나 ‘문산행’처럼 종점을 기준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맨해튼에서는 ‘업타운행’과 ‘다운타운행’처럼 방향을 기준으로 나뉜다. 따라서 이러한 상하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맨해튼만의 방향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제부터는 각 구역별 특징과 대표 여행지, 그리고 도움이 될 만한 실용 팁을 하나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여행의 스타일과 목적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 구역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정리하였다.




업타운 | Uptown


센트럴 파크


업타운(Uptown)은 맨해튼 북부를 통칭하는 구역으로, 일반적으로 센트럴파크부터 110번가 인근까지의 범위를 의미한다. 세부적으로는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 어퍼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 할렘(Harlem) 등으로 나뉘며, 다른 구역과 비교해 상업적 밀도가 낮고, 대신 문화시설과 주거지, 녹지 공간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타운의 핵심은 센트럴파크(Central Park)다. 이 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맨해튼의 중심 축이자 업타운을 동서남북으로 구분하는 기준선이다. 동쪽의 어퍼이스트사이드는 뉴욕의 전통적 부촌으로, 고급 주거지와 세계적 미술관이 모여 있고, 서쪽의 어퍼웨스트사이드는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이다. 한편 북부 할렘 지역은 흑인문화의 중심지로, 독립적인 역사와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명소

- 센트럴파크 (Central Park)

맨해튼 중심을 관통하는 대형 공원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의 잔디광장, 자전거 도로, 호수 주변 산책로 등 자연을 즐기기 좋은 공간이 많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전시 규모와 깊이 모두 압도적인 수준이다. 고대 이집트 유물, 유럽 회화, 동아시아 예술품 등 문명사 전체를 포괄하며, 반나절 이상 체류하는 관람객도 많다.

- 구겐하임 미술관 (Guggenheim Museum)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나선형 건축물로 유명한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이다. 회화·설치·사진 등 현대작가의 기획 전시가 주를 이룬다. The Met과 도보 10분 거리이다.

- 컬럼비아대학교 (Columbia University)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캠퍼스가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뉴욕 북부 지역의 교육·문화 중심지이며, 주변에는 독립 서점, 로컬 카페, 영화관 등이 밀집해 있다.

- 아폴로 극장 (Apollo Theater)

할렘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20세기 흑인 음악과 예술의 발신지 역할을 했다. 현재도 매주 ‘아마추어 나이트’가 열리며, 로컬 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건물 자체의 역사적 상징성도 뛰어나다.


여행 팁

- 업타운의 미술관들은 대게 오전 10시 개관을 하며, 월요일 혹은 화요일이 휴무일인 경우가 많다.

- 센트럴파크는 최소 2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이를 감안하여 일정을 세우는 편이 좋다.

- 할렘 지역은 주말 오전에 가스펠 공연이 열리는 교회들이 다수 존재하며, 별도 티켓 없이 예배 형식으로 관람할 수 있다.

- 관광지보다는 거주지에 가까운 지역이라, 상점·식당 운영시간이 다소 짧은 편이다.

- 보통 The Met 센트럴파크 산책 구겐하임의 조합으로 일정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업타운은 눈에 띄는 랜드마크보다, 도시의 공공성과 예술성이 녹아든 장소가 많다. 여행지 하나하나를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천천히 체류하며 깊이 있게 파고드는 여행이 적합하다.


미드타운 | Midtown



미드타운(Midtown)은 맨해튼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대략 34번가부터 59번가 사이를 포괄한다. 뉴욕의 대표 이미지를 형성하는 고층 빌딩, 전광판, 쇼핑거리, 공연장이 밀집해 있으며, 관광·비즈니스·상업 기능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주요 명소 간 거리가 가깝고, 지하철·도보 이동이 수월하다.


미드타운은 크게 세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브로드웨이~타임스스퀘어 일대는 NYC 여행의 중심지로, 뮤지컬 공연, 야경 관람이 집중된 구간이다. 둘째, 5번가(Fifth Avenue)를 중심으로는 고급 백화점, 브랜드 매장이 이어지며, 실내 관광과 쇼핑 일정에 적합하다. 셋째, 브라이언트파크~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구간은 뉴욕의 일상과 비즈니스 분위기를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지역이다.


주요 명소

- 타임 스퀘어 (Times Square)

뉴욕을 상징하는 전광판들이 밀집된 거리이자,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중심지. 저녁 시간대가 가장 화려하며, 전 세계의 관광객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몰려드는 지역이다.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

1931년 완공된 뉴욕의 대표적인 고층 빌딩. 86층 전망대는 일몰 직전 입장이 가장 인기 있으며, 뉴욕 시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 록펠러 센터 (Rockefeller Center)

NBC 방송국, 아이스링크,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복합문화공간. ‘탑 오브 더 록(Top of the Rock)’ 전망대는 엠파이어와 달리 센트럴파크 방향 조망이 가능하다.

- 모마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피카소, 모네, 고흐, 워홀 등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품이 전시된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 5번가 쇼핑가 (Fifth Avenue)

애플스토어, 티파니앤코, 삭스피프스애비뉴, 유니클로 글로벌 플래그십 등 다양한 브랜드가 집결된 쇼핑 거리. 관광과 쇼핑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 브라이언트파크 & 뉴욕공립도서관

도심 속 소형 공원과 역사적 건축물이 어우러진 휴식 공간. 점심시간 전후에는 뉴요커 직장인들이 몰린다.


여행 팁

- 실내 명소는 오전에 야외 관광은 오후 혹은 밤에 둘러보는 것이 이상적이다.

예: 오전 MoMA 관람 오후 쇼핑 저녁 타임스퀘어.

- 브로드웨이 공연은 보통 19~20시 시작이며, 현장 구매를 하려면 오후 15시 전후로 TKTS 부스를 방문하는 걸 권장한다

- 점심시간(12~13시)퇴근시간대(16~18시)는 대중교통이 매우 혼잡하므로, 이를 피해 식사나 이동하는 편이 좋다

- 5번가는 평일 오후가 가장 한산한 시간대로, 브랜드별 입장 대기 시간이 짧다.


미드타운은 지하철 역을 빠져나오기만 해도 ‘뉴욕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곳이다. 단, 그만큼 피로도도 높은 구역이기 때문에, 공원이나 카페를 들러가며 쉬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다운타운 | Downtown



다운타운(Downtown)은 맨해튼의 최남단에 해당하는 구역으로, 뉴욕의 역사가 시작된 지역이자 현재까지도 뉴욕의 금융·이민·문화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식민지 시대의 항구였으며, 지금은 자유의 여신상부터 월스트리트, 소호, 차이나타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의 명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업타운이나 미드타운이 반듯한 격자형 도로망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다운타운은 곡선 도로와 불규칙한 교차로가 많아, 도보 이동 시 길을 찾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요 명소

- 자유의 여신상 페리 & 배터리파크 (Statue of Liberty Ferry / Battery Park)

맨해튼 남단에서 출발하는 자유의 여신상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으로, 배터리파크는 탑승 전에 해안가 산책이 가능한 공원이다.

- 월스트리트 & 9.11 메모리얼 (Wall Street / 9/11 Memorial)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트리니티 교회, 황소 동상(Charging Bull)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한편 9.11 메모리얼은 2001년 테러의 흔적을 보존한 공간으로, 추모 분위기 속에서도 도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이다.

- 브루클린 브리지 (Brooklyn Bridge)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이어주는 다리로, 보행자 전용 구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일몰 직전 타이밍에 맞춰 이동하면 브리지 너머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 소호(SoHo), 차이나타운(Chinatown), 리틀이탈리아(Little Italy)

서로 인접해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거리들로, 소호는 갤러리와 부티크 중심의 쇼핑 거리이며, 차이나타운은 뉴욕 현지의 중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리틀이탈리아는 과거 이민 역사를 기반으로 한 레스토랑 밀집 거리인데, 최근에는 상업화되며 고유의 색을 많이 잃었다.

- 하이라인 공원 & 첼시마켓 (High Line / Chelsea Market)

옛 철길을 활용하여 만든 고가 공원으로, 서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 코스가 인상적이다. 연결 지점인 첼시마켓은 실내형 푸드홀 겸 로컬 마켓으로, 간단한 식사와 쇼핑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여행 팁

- 자유의 여신상 페리는 오전 9시 전 출발 배가 가장 효율적이다. 탑승에서 하선까지 약 2~3시간이 소요된다.

- 브루클린 브리지는 맨해튼에서 브루클린 방향으로 걷는 것이 경치가 좋다.

- 하이라인과 첼시마켓은 점심 전후 방문이 가장 활기차다. 마켓 내부는 12~13시가 가장 혼잡하며, 11시 전 또는 오후 2시 이후가 쾌적하다.


다운타운은 ‘뉴욕의 원형’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지역이다. 다만 여행지마다의 컨셉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여행지는 과감하게 스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지금까지 맨해튼을 업타운, 미드타운, 다운타운 세 구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뉴욕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각 구역별로 사전에 이동 수단을 파악하고 혼잡 시간대를 피하기만 해도 훨씬 수월한 여행이 될 수 있다.


> 내 멋대로 작성한 뉴욕여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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