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랑카위에서 미식을 즐기는 방법

by 만꺼

말레이시아 북서부의 섬 랑카위(Langkawi)는 자연과 휴양 중심의 여행지다. 반면에 이곳을 미식 여행지로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랑카위에는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식당도 없고, 고급 레스토랑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여행의 꽃인 맛있는 식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현지 식문화를 잘 이해하고 찾아보면, 랑카위에도 제한적이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랑카위에서 미식을 즐기는 방법을 상황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현지 워룽에서의 소박한 식사부터 해변 시푸드, 루프탑 레스토랑, 야시장 먹거리, 리조트 조식까지—모두 이 섬에서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선택지들이다.



1. 로컬 워룽(Warung)에서 현지 입문하기


볶음밥과 궈티아오


랑카위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사 방식은 로컬 식당, 이른바 워룽(Warung) 또는 마막(Mamak)이라 불리는 소규모 식당이다. 한국으로 치면 백반집이나 분식집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랑카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서는 나시 캄푸르(Nasi Campur), 사테(Satay), 로띠 차나이(Roti Canai) 같은 대표적인 말레이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식당이 현지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메뉴판 없이 바로 음식을 고르는 경우도 많고, 영어 소통이 어려운 곳도 있다. 하지만 음식 자체는 대체로 익숙한 비주얼이 많아서 여행자에게도 큰 장벽은 되지 않는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인지라 기본적으로 할랄(Halal) 식당이다. 때문에 돼지고기는 사용되지 않으며, 닭고기, 소고기,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다. 향신료와 코코넛밀크를 활용한 요리가 많지만, 의외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무난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나시르막


추천 입문 메뉴는 ‘Nasi lemak with ayam goreng(나시 르막)’이다. 코코넛 라이스, 프라이드치킨, 삼발 소스가 곁들여진 한 접시 구성으로, 말레이식 식사의 정석에 가까운 조합이다.


또한 워룽 음식은 매운 음식이 많아서, 매운맛이 약하다면 주문 시 “Not spicy”라고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 다만 ‘맵지 않게’ 주문하더라도 기본양념(삼발 소스, 카레) 자체가 매운 경우가 많아 생각보다 매운맛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로컬 식당에서는 말레이, 인도, 중국식 조리법이 섞여 있다. (심지어 인접한 태국식 조리법도 접목된다) 같은 식당에서 로띠 차나이(인도식 팬케이크), 볶음면, 중국식 반찬 등을 동시에 주문할 수 있는 식당도 있을 정도다. 다민족 국가답게 음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파인다이닝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여행자 팁

- 현금 결제가 일반적이므로 소액 링깃(1~10링깃 단위)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 메뉴가 눈으로 보이는 구조(셀프 바 스타일)인 경우가 많아, 직접 보고 고르면 실패 확률이 적다.

- 유명 관광지 주변보다 쿠아타운, 체낭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저렴하고 현지 분위기 있는 워룽을 찾을 수 있다.


2. 해변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로컬 만찬


말레이식 생선 튀김


랑카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해산물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특히 체낭 해변(Pantai Cenang)이나 쿠아타운(Kuah Town) 주변에는 시푸드를 주력으로 하는 로컬 레스토랑들이 여럿 있으며, 대부분 중식 또는 말레이식 레시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조리 방식의 해산물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의 식사 방식은 한국의 횟집이나 해물탕집과는 다르다. 생물 해산물을 고른 후 조리법을 직접 선택하는 구조로, 볶음·튀김·찜 등 취향에 따라 요청이 가능하다. 대표 메뉴로는 버터 프라운(Butter Prawn), 감향 새우(Kam Heong Prawn), 칠리 크랩, 홍합 볶음 등이 있다.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도 비교적 익숙한 풍미라,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1인분 단위가 아닌, 그램 단위(예: 500g, 800g)로 계산되므로 주문 전 무게와 가격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뉴판만 무턱대고 주문했다간 지갑에 구멍이 뚫리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갈릭 새우


대부분의 시푸드 레스토랑은 석식 시간대가 메인이라, 인기 있는 곳은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여행 일정이 빡빡하다면 예약이나 이른 방문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할랄 정책상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식당도 많기 때문에, 술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비교적 많은 기름과 양념을 사용하는 해산물 요리는 공깃밥과 함께 먹기에 좋은 편이다. 식사 후에는 현지식 음료로 마무리하면 좋다. Teh Tarik(떼 따릭, 말레이식 밀크티)는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Air Limau(라임티)는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상큼한 선택이다.


여행자 팁

- 체낭 해변 메인 거리 주변에는 관광객 대상 식당이 많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쿠아타운 쪽 식당을 추천한다.

- 일부 레스토랑은 영어 메뉴판이 없거나 조리법이 제한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음식 이름을 알고 가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3. 일몰과 함께 즐기는 루프탑 다이닝


Big Breakfast


랑카위는 고층 빌딩이 드문 섬이지만, 해변가를 따라 루프탑 다이닝 공간이 드문드문 형성되어 있다. 특히 체낭 해변(Pantai Cenang)과 텡가 해변(Pantai Tengah) 주변은 낮은 지형과 탁 트인 바다 전망 덕분에, 해질 무렵 일몰을 배경으로 식사하기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러한 루프탑 레스토랑에서는 대체로 웨스턴 스타일의 메뉴가 중심을 이룬다. 스테이크, 파스타, 피시 앤 칩스, 샐러드, 바베큐 플래터 등 구성은 전형적인 관광지형 다이닝이지만, 일몰 풍경과 어우러지는 분위기만큼은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음식 자체의 맛보다는, 여행의 감성을 채워주는 식당이 많다.


대부분의 루프탑 레스토랑은 칵테일이나 와인 등 주류를 함께 제공하며,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원할 때 유용하다. 다만 루프탑이라고 해서 고층 빌딩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건물 3~5층 정도 높이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식당이다.


피쉬앤칩스


가장 인기 있는 시간은 일몰 타이밍인 18:30~19:30 사이로, 이 때는 좌석 경쟁이 치열하므로 늦어도 18:00 이전에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 예약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추천된다.


여행자 팁

- 루프탑이 아니더라도 해변 뷰를 갖춘 웨스턴 식당은 랑카위섬 곳곳에 많아 선택지가 풍부하다.

- 영국 식민지였던 배경 덕분에 피시 앤 칩스를 취급하는 레스토랑이 많으며, 맥주와 함께 간단하게 즐기기 좋다.

- 선셋 타임 외에 한산한 시간대(15:00~17:00)에 방문하면, 디저트나 칵테일 위주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 리조트에 딸린 레스토랑 중 일부는 숙박객 외에도 이용 가능하므로, 분위기 좋은 곳을 찾고 있다면 리조트 식당을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4. 야시장(Night Market)에서 한 끼 탐험


사테


랑카위의 야시장은 단순한 관광 콘텐츠를 넘어, 현지 서민들의 식생활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형 고정 시장이 아니라, 요일별로 지역을 옮겨가며 열리는 이동식 야시장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머문다고 해서 매일 같은 장소에서 야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꼬치구이, 튀김, 볶음면, 로컬 디저트인 쿠이(Kuih), 다양한 과일 주스와 로컬 음료까지 한 끼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음식의 가격은 대부분 15링깃 수준으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으며, 특히 현지인들이 퇴근 후 들르는 17:30~19:00 사이가 가장 활기찬 시간대다.


똠얌


야시장 정보는 구글맵에서 “Langkawi Night Market”으로 검색하면 요일별 개최 장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체낭 지역에서도 야시장이 열리긴 하지만, 진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쿠아타운(Kuah Town)이나 Ayer Hangat(아예르 항앗) 등 현지인 밀집 지역에서 열리는 시장을 찾아가는 편이 낫다. 특히 쿠아 야시장은 규모가 크고 외국인 비중도 적절해 여행자 입장에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편이다.


여행자 팁

- 우천 시 취소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일 오후에 날씨와 개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대부분의 판매자는 현금만 받기 때문에 잔돈(소액 링깃)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 현지 음료는 대체로 매우 달다. 음료를 구매할 때는 “Kurang manis (설탕 적게)” 또는 “Tanpa gula (무가당)”이라고 요청하면 단맛을 조절할 수 있다


5. 리조트 조식/디너에서 다채로운 식문화 경험


랑카위에는 고급 리조트가 많고, 이들 대부분은 뷔페 형식의 조식 또는 디너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파인 다이닝이라 부르기엔 구성의 한계가 있지만, 말레이시아 특유의 다민족 식문화를 한 끼 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자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식당이다.


인도요리


리조트 조식은 특히 인상적이다. 말레이식 나시르막(Nasi Lemak), 인도식 로띠와 커리, 중국식 죽류, 서양식 팬케이크·수프·샐러드까지, 문화권을 넘나드는 음식들이 함께 제공된다. 맛도 극단적으로 현지화되지 않기 때문에, 로컬 워룽이나 야시장보다 접근성도 높고 실패 확률도 낮다.


여행자 팁

- 대부분의 리조트 조식은 뷔페 스타일이며, 이른 시간(7:00~8:30) 방문 시 바다가 보이는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 말레이 전통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평소에 잘 접하기 어려운 메뉴인 미고랭(Mee Goreng), 비프 렌당(Beef Rendang) 같은 요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 디너는 조식에 비해 서양식 비중이 더 높아진다. 스테이크, 구운 생선, 수프, 와인 페어링 구성이 대부분이며, 리조트 분위기를 살린 조용한 식사를 원할 경우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랑카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경험


랑카위는 자연 중심의 휴양지라는 특성상 음식 선택지에 있어서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와 비교하면 몇 가지 분야에서는 괜찮은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선, 랑카위에는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레스토랑이 없다. 실험적인 요리나 창의적인 셰프 다이닝 같은 식당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은 리조트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전통적인 서양식 코스 요리가 중심이다. 음식의 개성보다는 분위기와 서비스, 조용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The Danna’나 ‘Ritz-Carlton’처럼 높은 수준의 공간 연출을 갖춘 레스토랑은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원할 때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파인 다이닝’ 수준은 아니다.


공항에서 먹은 카야토스트



또한, 수준 높은 중화권 요리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화교의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랑카위는 상대적으로 화교 인구 비중이 낮은 지역이다. 자연히 코피띠암(중식당)의 수가 적고, 퀄리티 역시 일정하지 않다. 홍콩식 딤섬이나 국물 중심의 중화요리를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은 볶음면이나 간단한 볶음밥 정도의 메뉴가 중심을 이룬다. 쿠아타운 주변에는 차찬텡 분위기의 식당이 일부 있지만, 어디까지나 간단한 요리 위주의 식사에 가깝고 본격적인 중식과는 거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비건이나 채식 전문 식당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말레이 요리는 고기나 해산물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전통적으로 채식 식단의 비중이 크지 않다. 일부 리조트나 서양식 카페에서는 비건 옵션을 마련해두고 있긴 하지만, 메뉴 수나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엄격한 비건 식단을 유지하는 여행자라면 미리 해당 식당 정보를 확인하고 이동하는 것이 필수이며, 일반적인 여행자에게도 채식 위주의 식사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이처럼 랑카위는 특정 분야에서는 미식 여행지라고 부르기는 부족함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한계를 알고 접근하면, 반대로 실망 없이 현지의 식문화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로컬 음식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랑카위만의 꾸밈없고 소박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내 멋대로 작성하는 랑카위 여행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랑카위 파크로얄 리조트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