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감정이 들더라고.
오래간만에 학창 시절 자주 꾸던 꿈을 꿨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놓칠세라 전전긍긍하는 꿈, 혹은 겨우 잡아탄 버스가 우리 마을에 도착했는데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순환하여 돌아가는 꿈같은 거. 승객수가 적어 없어진 버스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버스 배차 간격도 좋아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현저히 줄었음에도 가끔 이런 꿈을 꾼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등학교를 다닐 시기엔 내가 사는 마을에 작은 터미널이 있었다. 운행 횟수가 많진 않았지만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순환지이며, 출발지이기도, 종착지이기도 했던 작은 버스 터미널이. 하여 집에서 학교를 가는 버스는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어 조금 나았지만(학교 가는 완행버스는 하루에 4~5대 정도. 버스 한 대를 놓치면 무단결석를 피하기 어려웠기에 등교 시 불이 나게 뛰었던 기억이 선연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그렇지 않았다. 기사님 촉(승객이 없을 것 같으면)이나 기분에 따라 아예 학교가 있는 마을에 들르지 않기도 했고(혹처럼 생긴 코스였기에 핸들을 틀어 진입하지 않고 직진하더라도 다음 노선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등교 시엔 앞자리에 앉아서 그 마을에 들어가는 학생이 타고 있어요.라는 티를 내야 했다), 교통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폭이 큰 버스는 기차나 지하철처럼 정차역에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게 아니다 보니, 다년간의 통계로 대략적인 시간을 가늠할 뿐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이미 가버렸는지 아직 오지 않았는지(정류소에 승객이 있다면 물어보는 정도 외엔) 알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었다. 하여 하교 시엔 버스를 놓칠까 봐 버스를 기다리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화장실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배차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두세 시간 전부터 수분 섭취를 제한해도 종종 위기가 닥치기도 했는데, 가파른 경사를 오른 후 학교운동장과 중학교를 가로질러 교내 화장실에 갔다 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참고 가기엔 바로 버스를 탄다고 할지라도 1시간 정도는 참아야 하는 거리였어서 가끔은 도중에 내리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내리고 나면(마땅히 해결할 장소도 없지만, 내가 탄 버스가 막차일지도) 다시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정처 없이 기다려야 하기에 종종 학교나 집으로 걸어가는 꿈도 많이 꿨다.
하 교통 소외지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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