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 타임
아늑한 노란 불빛으로 반짝이는 '규리야 수고했어 오늘도♡' 문구. 상투적인 메시지지만, 피곤에 지친 몸을 뉘고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을 발하는 문구를 볼 때면, '내 마음 좀 알아줘'라고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지 않아도 곁에서 섬세하게 나를 지켜봐 주고 나의 노고를 알아주는 벗 같아 나는 자주 뭉클했다. 하루동안 쌓인 먹구름은 저만치 물러내고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는 듯해 눈을 감으면 까만 점이 마구 떠다닐 정도로 멍하니 조명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메시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 말을 내게 들려주기엔 오늘 내 삶이 너무도 나태했기 때문일까. 온화하기만 할 것 같던 메시지가 나의 하루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내가 오늘 수고했던가?'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이름이 붙어 한층 다정하게 느껴졌던 문구가 이름으로 더 냉철하게 오늘의 나를 판단하는 듯하다.
부러 시선이 잘 닿는 위치에 두었던 조명인데, 무심코 얼굴을 돌리다 글귀에 시선이 닿기만 해도 위에든 음식물이 납덩이라도 되어버린 듯 내장이 발아래로 내려앉을 듯 무겁게 느껴진다. 부끄러운 마음에 전원을 켜지 못한 지도 애써 눈길을 돌린 지도 벌써 몇 달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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