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도대체 무엇도 할 수 없는 날
파리가 얼굴에 붙어도 훑을 힘이 없어 그대로 축 늘어져있는 방콕의 개처럼 멍한 눈으로 허공을 가르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깨어나 핸드폰을 잠시 보았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며 가로 세로 2m 남짓의 침대 위에서 '누가 누가 시간을 잘 허비하나'라는 대회에 출전한 듯 잉여롭게 근 2년을 살았다. 묵직한 실패의 원투펀치를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버티다 가볍게 톡 날아온 잽에 녹다운. 번아웃에 빠져 진행하던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았다.
번아웃엔 그게 가장 좋은 치료라나? 해서였다. 그런데 남들처럼 한 달, 늦어도 두세 달 안에 '이러면 안 되겠다'며 정신을 차리는 일이 내게 찾아오진 않았다!(읭?) 이제는 좀 해야 하지 않나. 해도 해도 너무했다. 오늘은 뭐라도 좀 써봐야지 뭐라도 좀 그려봐야지 다짐하며 눈을 떴지만(하지 못하고) 내일은 꼭 해야지로 눈 감기 일쑤다. 방 한편에 자리한 먼지 쌓인 피아노처럼 그저 풍경으로 전락했음에도 컴퓨터 바운더리 안에 들라치면 천적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본능적 거부감으로 이내 멀리 벗어나기 바쁘다.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것에 관심을 돌려 이것저것 손을 대 보지만 그마저도 금세 시들. 집 나간 의욕은 도무지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 외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는 이유가 한몫을 더했을 테지만, 나 외엔 누구도 나를 책임질 수 없는 삶이라 나를 방치한 만큼의 대가 역시 내 몫이기에 경제적 부담도 자책의 부채도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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