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되지 않도록
4.98GB. 읽지 않은 메일 +999. 메일함을 비운 지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최대용량 5GB에 임박했다.
중요 메일이 이 메일함으로 오는 일은 이제 없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니 비워두는 것이 좋겠지.
프로모션을 누르니 제목 한 줄 경쟁이 치열하다. 식별을 위한 괄호, 대괄호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이모티콘의 향연. 스크롤을 드르륵 내려 페이지를 넘기자 년수를 지난 메일이 얼굴을 내민다. 딸칵 딸칵 메일을 몇 개 열어보니 기한이 끝난 공모, 계절 지난 의상, 구형 제품이 줄지어 나온다. 방치해 놓은 냉장고 같았다. 소비기한이 지나버린 음식으로 가득 찬. 하루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의 니즈를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다양하게 파악해야 하건만. 신청해놓고 보지 않은 뉴스레터가 광고 메일과 뒤섞여 밀리고 밀려 이미 곰팡이가 슬다 못해 화석처럼 굳어있었다.
유효기간이 지난 메일로 넘실대는 메일함을 바라보며 나의 효용성을 생각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