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말이지 나는 나를 믿지 못하면서 믿어
내가 있는 시장에서 나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라고 생각해 보면 뛰어난 사람들이 마구 떠오른다. K 작가님 글의 비유를 볼 때면 나는 그저 향유자가 된다. 재간 넘치는 문장력과 넓은 점프력, 매끄럽고 창의적인 표현에 내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게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천재란 이런 사람인 것 같아서, 감히 범접할 수 없어서. Y 작가님 글은 정갈한 문체에 짧은 호흡으로 술술 읽히게 만들고, J 작가님 글은 깊은 사유로 글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마저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 많은 팬덤으로 찍기만 해도 판매 부수가 나올 법한 인플루언서들, 톡톡 튀는 문체를 구사하거나 범상치 않은 경험을 한 예비 작가님을 떠올려보면, 과연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든다.
입으로 뱉는다고 다 말이 아니고 문자로 적는다고 다 글이 아닌데, 지나간 시련에 사명감이라는 포장지를 씌워, 관계, 상처, 차별, 혐오라는 무거운 주제에 발을 들이곤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며 눈물짓고 부족한 빈 주머니를 탈탈 털어 쓰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넘쳐나는 전문가 속에 학술 지식도 학위 자격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가 쓴 글이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지 모르고 덤벼든 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과락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거듭된 과락에 "더 정진하세요."라는 말을 "시간이 자꾸 가요.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라는 말로 변환되어 들리기도 했다.
자기 믿음에 대해 무너지고 누군가의 기대를 받을 때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내가 될 수 없는 이유들을 끄집어 내 말하면서도 가까운 이가 나의 가능성을 닫고 단정 짓는 말에는 울컥 자기 사랑이 솟구치곤 했다.
나의 싹을 자르려는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은 오기가 들기도 했지만, 때로는 반작용으로 풀썩 꺾여 열정을 갖고 불사르던 일을 그만두곤 아무것도 할 의지를 갖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잉여 인간으로 보냈는지 모른다.(지금도 전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무엇도 나를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을 거치며 나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존중받지 못하면 되레 생각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선택을 박탈당한 자신을 벌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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