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혹시나 오늘은 지각을 면하려나 했는데
역시나 신호마다 빨간불
과장님께
혹시나 이번 보고서는 칭찬받으려나 했는데
역시나 "다시 해 와!"
구내식당
혹시나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일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제일 싫어하는 미역국
어젯밤 꿈이 좋아
혹시나 당첨될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또 꽝!
오후 6시
혹시나 칼퇴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역시나 부장님 왈, "오늘 한 잔 어때?"
집 가는 길
혹시나 버스가 바로 올까 기다렸는데
역시나 내가 탈 버스만 도착 31분 전
만지작만지작
혹시나 먼저 연락이 올까 기다렸는데
역시나 내가 먼저 "뭐 해?"
왜 그런 날 있잖아.
'혹시나'로 시작해서 '역시나'로 끝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런데 있지...
거듭되는 실망에도 굴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웃으며 이렇게 말할 날도 오지 않을까?
"혹시나 했는데... 와우~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