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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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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Aug 23. 2021

미식가라면 주목할 만한
제주시 고퀄 맛집

우리나라에서 지역 특색이 가장 뚜렷한 여행지
한 곳을 꼽으라면 제주도가 먼저 떠오른다.
섬 특유의 문화와 자연이 잘 보존돼 있으니 말이다.
섬만의 문화적 특징은 음식에도 잘 반영돼 있다. 

게다가 요즘 시대의 감성과 결합한 흔적도 많다.
맛 좀 안다는 미식가를 위한 제주 식당을 소개한다.


용두암 해변도로 전망대에서 본 일몰


용두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이동



한 그릇의 미학
대춘해장국


제주도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는 건 역시 제주식 해장국이다. 유명한 식당도 워낙 많고, 제주시 곳곳에 있어 찾기도 어렵지 않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소머리와 양지 등을 사용한 깊은 고기 육수에 콩나물과 우거지 등으로 식감과 시원한 맛을 더한다. 얼큰함은 양념장이 책임진다. 30년 전통의 대춘해장국도 빠지지 않는 해장국 맛집이다.


대춘해장국은 해장국과 내장탕 2가지 메뉴만 판매한다


해장국과 내장탕 2가지 메뉴만 준비돼 있는데, 담백한 맛을 선호하면 해장국을, 깊고 진한 맛을 원하면 내장탕을 추천한다. 해장국은 맑고 깊은 육수와 선지, 콩나물, 우거지, 소고기, 당면과 함께 어우러져 꽤 푸짐하다.

내장탕은 잡내 없이 고소한 맛을 잘 살린 소내장을 듬뿍 넣어 진한 맛을 낸다. 게다가 조금 독특한 구석도 있다. 보통의 내장탕에서 찾기 힘든 무가 있다. 내장의 진한 맛을 무의 시원한 맛을 통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 같다. 내장탕 속 무가 낯설긴 하지만, 맛을 보면 넣는 데 수긍할 수밖에 없다. 국밥에 곁들일 잔막걸리도 인기 아이템이다.

대춘해장국은 도남동 본점을 비롯해 노형동, 제주 시청 근처에도 매장이 있는데, 3개 지점 모두 가족이 직접 운영하며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대춘해장국 본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북로 398




제주의 이탈리아
더스푼


추억이 깃든 식당이 ‘영업 종료’라는 슬픈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서울 청담동에서 기가 막힌 이탈리아 음식을 내던 레스토랑 ‘뚜또베네’가 내겐 그러한 곳이다. 지금은 사라졌음에도 그 유산들이 국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은은한 조명이 와인을 부른다


더스푼도 그중 하나다. 뚜또베네 출신의 박기쁨 셰프가 더스푼에서 제주의 식재료를 활용해 엄청난 풍미의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 제주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관광지와 동떨어진 아라동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더스푼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 중 하나인 성게 파스타


디저트 티라미수도 놓치기 아쉬운 맛이다


음식은 코스와 단품을 병행한다. 취향껏 고를 수 있는데, 성게 파스타, 명란 타르트와 대파, 옥돔스테이크는 추천한다. 또 최근 들어 전복과 바깔라(염장 대구)를 채워 넣은 파이 ‘전복 웰링턴’도 제주행 항공권을 고민하게 하는 메뉴다.


환영의 의미로 스파클링 와인을 제공한다


사실 어떤 음식도 맛있는 게 더스푼이다. 또 조금 어두운 조명의 실내 분위기가 와인을 부른다. 웰컴 드링크로 카바를 비롯해 스파클링 와인을 제공하는데, 여기서 멈추지 말고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면 더 스푼을 좀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더스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남동1길 45




소박한 정
골목식당


비가 오는 날, 동행자와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테마를 정했다. ‘따뜻하면서 제주다운 음식’을 찾자고. 그렇게 가게 된 곳이 50여 년간 꿩과 메밀로 제주의 맛을 지켜온 ‘골목식당’이다. 동문시장 근처에 있어 시장 구경을 하고 찾아와도 좋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아담한 공간이 우리를 반긴다.


소박한 식당의 모습


메뉴는 꿩 다리살을 참기름과 마늘로 가볍게 양념한 꿩구이와 꿩고기, 무, 메밀면으로 만든 꿩칼국수 2개뿐이다. 이른 점심, 첫 손님으로 입장한 덕분에 외할머니처럼 푸근한 사장님께서 손수 꿩고기를 구워줬다. 돼지고기처럼 바짝 익히면 질겨질 수도 있다는 팁과 함께 구워지는 마늘향, 참기름이 코를 간지럽히자 참기 힘들 정도로 식욕이 커졌다.


마늘과 참기름으로 양념한 꿩구이


실제론 매우 짧지만, 아주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젓가락을 들어도 된다는 신호를 받고 꿩고기를 입에 넣었다. 쫄깃한 식감이 가장 큰 특징이고, ‘이게 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희미한 육향이 목을 타고 코로 간다. 그야말로 별미다.


꿩고기, 메밀, 무로 맛을 낸 삼삼한 꿩칼국수


식사는 꿩칼국수, 직접 만든 메밀면의 투박함과 꿩 육수와 고기, 무가 어우러진 음식이다. 삼삼한 국물과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여기에 사장님의 제주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진짜 제주여행을 즐기는 기분이 한껏 든다.


골목식당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63-9




황돔의 품격
용출횟집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 갈 때면 회 한 접시 먹어야 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퀄리티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실망하는 상황도 종종 있다. 그런 걱정이 든다면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용출횟집이 해결책이다.


황돔은 용출횟집의 인기 메뉴다


국민생선 광어부터 부시리, 다금바리, 흑돔 등 다양한 어종을 판매하지만, 이 집에서는 특히 가성비가 좋은 황돔이 인기다. 대형 황돔을 잡아 일정 시간 숙성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생선 껍질만 익히는 방식으로 회를 내고 있다. 흰 살 생선 특유의 담백함과 숙성에서 나오는 짙은 고소함이 먹자마자 웃음이 나게 한다.

식당만의 맛있게 먹는 방법이 또 있다. 초밥용 밥, 깻잎, 젓갈에 버무린 마늘종과 고추를 회와 함께 먹는 것이다. 한식의 문법을 따른 이 ‘회쌈’은 아주 인상적인 맛을 선사한다. 여기에 한라산 소주 한 잔이면 제주도 여행의 완성이다.


용출횟집 바로 앞에서 본 제주 일몰


게다가 주변 음식까지 맛있다. 보통 ‘스끼다시’라고 부르는 간단한 안주들은 조금 아쉬울 수 있는데, 용출횟집에서 나오는 성게소(우니), 오징어회, 전복, 낙지, 뿔소라 등 전부 맛이 좋다. 회를 먹고 나오는 생선구이와, 도미 뼈로 끓여낸 미역국도 으뜸이다. 식사를 마치면 용두암에 가도 좋고, 식당 앞에서 바다를 봐도 좋다. 일몰을 볼 수도 있고,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맛도 있다.


용출횟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해안로 660 용두암1차현대아파트



글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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