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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대의 욕망를 읽어라

하우투 스몰 브랜딩 - 1. 시대정신

동네 빵집 '폴앤폴리나'가 영업을 시작한 2008년은 글로벌 위기로 떠들썩한 한 해였다. 홍대 앞 골목 15평으로 시작한 이 빵집은 식빵과 캉파뉴, 치아바타 등을 만들었다. 설탕도, 버터도, 심지어 달걀도 쓰지 않고 만들어지는 빵이 대다수였다. 한 마디로 별다른 맛이 없는 심심한 식사빵을 팔았다. 장사가 잘 될리 만무했다. 하지만 이 빵집 주인이 믿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 식사빵의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했다.


변화는 서서히 왔다. 2012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빵 소비량은 78개였다. 2016년에는 그 수가 90개로 늘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간식이 아닌 식사로서의 빵을 즐긴다. 폴앤폴리나는 그동안 기존 연희동 매장에서 여의도, 광화문, 더현대서울, 방이동 등으로 매장을 늘렸다.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동네빵집들에서 식사빵을 즐긴다.


어느 젊은 사업가 한 사람이 뉴욕 출장길에서 샐러드의 대유행을 보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샐러드는 파스타를 먹을 때 곁들이는 사이드 메뉴일 뿐이었다. 샐러드는 결코 밥이 될 수 없다는 직원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그는 가로수길에 샐러드 전문점 '배드 파머스'를 열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제는 여성 뿐 아니라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30,40대 남성들이 샐러드 매장을 찾는다. 혼밥족과 1인 가구 증가는 이러한 샐러드 시장을 키우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샐러디'나 '피그 온더 가든' 같은 샐러드 전문 프랜차이즈들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은 아보카도와 퀴노아, 계절 채소 등을 큼직한 샐러드용 볼에 가득 담아 소스와 비벼 먹는다.


이제 사람들은 집에서 빨래를 하지 않는다. 2020년 현재 3,00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크린토피아의 폐업률은 업계 최저 수준인 1%대 이하다. 이 회사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남편의 와이셔츠를 세탁소에 맡기지 않았다. 현모양처로서의 덕목?을 지키려는 보수적 사고가 만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와이셔츠를 매장 앞에 줄줄이 걸어두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탁소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다. 정장에서 캐주얼로 패션 스타일도 변화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읽어낸 크린토피아가 성장을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랜더와 마케터가 시장의 변화 만큼이나 사람들의 욕구,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은 어쩌면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 나아가 인문학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29CM에서 카피를 쓰는 마케터는 소설을 읽는다. 소설 문장에서 카피를 따오기 위해서다. 마켓컬리에는 스무 명 이상의 작가가 있다. 그래서 마켓 컬리의 상세 페이지는 뭔가 남다르다. 이들 작가가 무엇을 고민할지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MZ 세대가 열광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그들 속에 숨은 욕구를 읽어 보자. 이 세대를 지배하는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과 불안'이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 안정된 노후를 절대로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들은 이미 알아 버렸다. 그래서 이 세대가 그토록 부동산과 주식, 코인에 빠져드는 것이다. 소확행, 워라밸, 가심비 같은 유행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내가 요즘 가장 관심있게 보는 브랜드 중 하나가 '올버즈'이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은 양모와 유칼립투스 나무로 신발을 만든다. 가벼운데다 디자인까지 트렌디하다. 요즘 세대가 가치 있는 소비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신발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다. 카페 하나를 하더라도, 가게 하나를 열더라도, 이들의 소비 경험에 '가치'를 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폴인과 퍼블리 같은 온라인 매거진을 읽는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시장을 읽고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스무 개 이상의 신문가 블로그 뉴스레터를 읽는다. 한 주에 한 번은 핫한 매장을 찾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핫한 아이템은 중3인 딸에게 보여주고 반드시 반응을 확인한다. 모두가 다 아는 트렌드는 이미 끝물?의 정보임을 명심하자. 남다른 예지력을 가진 전문가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읽자. 바로 거기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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