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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것

하우투 스몰 브랜딩 - 1. 시대정신

여행 캐리어 하나로 4년 만에 1조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회사가 있다. 미국 밀레니얼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브랜드, '어웨이'가 그 주인공이다. 창업자들은 캐리어 시장의 '와비 파커'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제품 그 자체보다는 고객들의 '여행 스토리'에 집중했다. 누구 한 번쯤 경험했을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제품을 매개로 여행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얻은 유저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했다. 작가, 예술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40명을 인터뷰해 여행에 대한 그들의 생각들을 담았다. 구매 고객들에게는 캐리어를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선물했다. 그리고 여행을 다룬 잡지 '히어Here'를 창간했다.


이들은 여행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몇 가지 불편함에 집중했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짐 싸는 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잭을 추가했다. 자신이 원하는 컬러를 고를 수 있도록 했고, 자신의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모노그래밍(monogramming)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제 이들은 여행용 백팩은 물론, 파우치에 여행 액세서리까지 판매한다. 여행의 설레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브랜드는 일본의 '츠타야'다. 2020년 츠타야 서점의 서적과 잡지 매출은 2019년 대비 10% 증가한 1427억 엔(약 1조 480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서점을 책을 '판매'하는 장소에서 '경험'하는 장소로 탈바꿈 시켰다. 토마토를 테마로 한다면, 토마토와 관련된 잡지, 만화, 외서 등을 전부 큐레이션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래서 츠타야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다양한 물건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응용한 곳 중 하나가 바로 '핸드픽트 호텔'이다. 이 호텔은 세계적인 매거진 모노클(MONOCLE)이 선정한 '전 세계 TOP100 호텔'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호텔을 세운 지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서울의 비싼 상업지역이 아닌 완전한 주거지역, 상도동에 지은 호텔인데도 이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느 비 오는 날 강연을 마치고 일부러 이 호텔을 찾았다. 가장 큰 특징은 조명에 있었다. 호텔 특유의 간접등이 아닌 일반 가정접의 직접등을 쓰고 있었다. 호텔이라면 당연히 있을 법한 그림이나 스탠드도 없었다. TV를 켜니 창업자가 왜 이 동네에 호텔을 지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화면에 떴다. 지역의 문화를 호텔에 접목한다는, 요즘 핫한 호텔들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동일한 디자인, 동일한 서비스에 지겨워 한다. 홍대에서는 홍대다운 호텔에, 제주에서는 제주다운 호텔에 머물고 싶어한다. 플레이스캠프가 각광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곳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나다움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핸드픽트 호텔이 주는 경험의 정점은 바로 '조식'이다. 일반적인 호텔 뷔페가 아닌 '콩나물 국밥'이 나왔으니까. 그것도 멋드러진, 양반이나 받아볼 법한 정갈한 한 상 차림을 받아볼 수 있었다.


라이프스타일은 한 마디로 '삶의 방식'이다. 우리가 굳이 호텔에 묵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는 이유는 현지인의 삶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해서다. 그러니 상도동에 가게를 낸다면 상도동답게, 제주도 종달리 마을에 식당을 낸다면 종달리다운 식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연극을 전공한 한예종 출신의 창업자가 '해녀의 부엌'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거나 발견하는 것 아닐까? 현대카드의 정태영 회장이 얼마나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지를 그의 인터뷰를 통해 알았다. 아는 만큼 보여줄 수 있다. 보는 만큼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취향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은 결코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그건 브랜더도,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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